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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May 23. 2022

가슴 떨리는, 나의 멘털 일지 7

후들후들 떨리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05.16

오늘 난생처음으로 카운슬링 선생님과 Face to face 카운슬링을 받으러 갔다.


정확히 10시 45분.


항상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모닝 일주일치 식량 쇼핑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와 집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하고 나면 어김없이 카운슬링 타임이다.


저번에 엉엉 울어댔더니,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는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내가 뭘 아나, 그냥 네 해야지.


그래서 똑같은 시간대에 잡아놓고, 기어코 내 몸을 질질 질 끌고 갔다 거기까지.


그리고 알고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 (프랑스 가족이 하는 곳인데, 피낭시에와 크루아상이.. 환상이다) 바로 옆이었다. 나오자마자 빵 사러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힘차게 문을 띵동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사무실 홀같이 생긴 곳에 앉아서 선생님이 나오시기까지 기다리는데, 정말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무슨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말 머리를 텅텅 비웠었나 보다.


그리고는 정말 조그마한 딱 내가 자리 피고 누울만한 사이즈의 사무실에 나를 데리고 가셨는데, 내가 한 예민한지라, 그런 곳에서는 정말 1분도 못 있겠것만, 어라 자리에 앉아서 어느새 나는 왜 이럴까요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분명 아침 약을 잘 챙겨 먹었음에도, 펑펑 앉아 또 쳐 울었다.

아 쳐 운다는 말도 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갈길이 멀구나.


어차피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나의 인생,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인생의 대한 자잘 구리 한 경험 때문이겠만, 나는 그 얘기가 너무 듣기 싫었다. 내 인생 전체가 그냥 병 x인걸 어디에서 도장 쾅! 인정(?) 받는 느낌이라.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한 가지는 기억난다.  가끔 보이는 거울의 내 무표정한 모습을 거기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혐오하고 학을 띄지도 않게 울면서 그냥 내보였다. 옛다 하고.


Resting bitch face, 일명 나쁜 x 얼굴. 생긴걸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냐고, 어쩌라고로 10대를 보내고, 20대에는 이 얼굴로 항상 인간들을 대하다가는 사회생활 정말 죽 쑤겠구나 해서 열심히 폈고, 30대에는 그냥 무표정해도 되는 그런 상황, 오히려 억울하고 기분 나쁜 상황임에도 눈은 웃지 않아도 입은 웃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보니 다시 이렇게 왜 태어났니를 부르고 있다.

여기서는 아무런 표정 없이 여기서 이렇게 내보여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걸 아니까 좋아요.


라고 하고는, 이게 원래 내 모습인데... 왜 죄지은 것 같지.

그래도 앞으로는 여기서라도 이렇게 지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렇게 울고불고하다가, 바로 또 나와서 피낭시에를 사 먹을 생각에 갑자기 또 기분이 좋았다.

참. 그렇다.



05.17


나의 해방 일지, 사랑이다.

박해영 작가님 사랑해요. 나의 해방 일지, 영원히 내 곁에서 머물렀으면.


한국과 영국의 시차가 있다 보니, 넷플릭스에 뜨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오늘! 오늘이 해방 일지!" 하다가, "아씨.. 근데 3시까지 언제 기다려." 하다가 뒹굴뒹굴하다가 해방 일지 본방 하는 시간이 되면 네이버에 들어가 검색창에 치고, LIVE TALK을 본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모습, 톡 하는 내용만 봐도 대강 내용에 감이 오는데(스포에 무딘 편), 톡을 보 다보다, 나를 굉장히 화나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굉장히 뜬금없는 내용이었으나, 화났다.


"아, 미정이는 소아 우울증이 있었나 보네."


뭐 때문에 저 소리가 나왔는지 나는 안다.

대강 미정이가 구 씨와 산에 올라가면서, 나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웃질 못할까, 왜 그러질 못할까를 독백으로 하는 장면에서 나온 내용인 게 분명했다.


그래, 우울증이던 소아 우울증이던, 뭐던, 우울증이라는 어감과 단어 자체가 이 세계에서, 이 한국사회에서 이제는 더 이상 TABOO시 되지 않아서 좋은데, 저런 상황에 어김없이, 아무 생각 없이 가져다 붙이는 게 사람을 참 화나게 만든다. 


어제 카운슬러에게도 언급했더랬다.

왜 어린애들이라고, 항상 웃으면서 낄낄 거리며 뛰어다녀야 하고, 
왜 청소년이라서 에너지가 항상 넘치고, 긍정적이고, 세상 걱정이 없어야 하며,
왜 젊은이들이라서 항상 열정이 넘치고, 모든 일에 도전적이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더랬다.



미정이가 다른 애들처럼 웃으면서 뛰어다니지 않았다고,

신께, 성적 올려주세요, 장난감 사주세요, 부자 되게 해 주세요가 아닌, 나 뭐예요?를 물었다고,

소아 우울증이라는 태그가 왜 붙어야 하는 걸까? 

그냥 미정이라는 아이, 사람 자체가 그랬나 보지. 왜


사회생활하며 돈벌이도 안 하는 어린아이가 저런 우울해 보이는 슬퍼 보이고, 세상 다산 얼굴을 한다고 하면, 그래, 현 세계 기준에서는 마땅히 태그를 붙이자면 저것밖에 없다. 우울증, 어린아이에게 붙은 우울증이니, 소아 우울증.


지겹다.

조금이라도 슬퍼 보이고, 우울감이 얼굴에 비치면, 그놈의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타인의 주둥이(?)에서 함부로 나온다. 그럼 또 그 태그가 붙기 싫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그냥 오늘 힘이 없다고 혹은 오늘 스트레스가 많아서 유독 그런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붙이며, 애써 부정해야 한다.


기면 기인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자기들이 왜 걱정을 해주고, 그거 우울증이야 라고 태그를 붙여주는지.

세상만사 전문 카운슬러, 테라피스트들이 길거리에 차고 넘쳤다.


이런데 왜 아직도 세상은 x 같고 슬프게 돌아가나.

아이러니하다.


05.19


드디어 내 오피셜 웨딩사진이 떴다.


1달 기념일, 그니까 결혼식 하고 한 달 지난 뒤에 뜰 거라고 해줬다. 뭐 그렇게 목이 빠져라 기다린 건 아니다만, 이렇게 또 335장이라는 사진이 프로페셔널한 사진작가의 손에서 탄생해, 내 눈에 보이니, 갑자기 또 기분이 스멀스멀 찬다. 


오호라, 이래서 다들 웨딩사진 사진 사진 하는구나.


웨딩 사진을 보니, 그때 입었던 정말 비싼 값 하는 내 드레스의 그 질감과 행복감 그리고 편안함이 다시 느껴졌고, 내 엄마의 웃음 그리고 거기 야외 정원에서 나는 풀내, 그 풀에 젖어든 내 드레스 Tail까지......


좋다.



05.20


심장이 부정맥 있는 것 마냥 쿵쾅쿵쾅 쿵... 쾅.. 쿵.. 쾅 쾅쾅쾅 뛰어댄다.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이런다. 그렇게 직장을 이리저리 옮기고, 나이가 30을 넘어서도, 이 인터뷰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 직업과, 내가 해내 왔던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걸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끔, 다른 사람에게 설득해대는 짓은 정말, 못해먹을 짓이다.


그냥 누가 CCTV 옆에 달아놓고 한 6개월간 날 감시한 비디오나 영상을 싹 다 그냥 Hiring manager한테 가져다주면 안 될까. 내가 해놓은 일에 대해서 포장을 안 하기도 하기도 너무나 귀찮다.

괜스레 꼬투리 잡힐까 걱정되고, 이걸 듣고, 얘 원래 아무것도 아니구나, 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 봐도 무섭다.
그리고 그거에 괜스레 진심 돋게 상처받을 나도. 



첫 번째 전화 인터뷰 때 들은 Compensation과 연봉을 듣고 나니, 아젠 장 이 회사는 정말 들어가고 싶다 생각이 드니까 더 심난하고, 가슴이 미친듯하다.


내가 오로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정말이지 인터뷰와 포폴 준비뿐인데, 왜 나는 통제될 수 없는, 내손으로 만질 수 없는 그 영역까지 생각하느라 심장을 해롭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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