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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겨루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연설]

by 싱클레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대창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한 연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oHk_oxtIY

선거에서 내가 7번 선거해서 4번을 졌거든요. 그런데 대통령도 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인생은 항상 겨루기지만 반드시 항상 이기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고 진 사람도 다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한번 겨루기에서 진 사람도 다음 겨루기에서 또 이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 아니겠어요?

오늘 이기는 사람도 다음에 질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은 좋지만 겸손하고 또 친구를 격려할 줄 알고, 오늘 진 사람은 다음에 또 이길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긴 친구들을 축하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서 또 이기고, 또 꼭 달리기에서 못 이기면 공놀이에서 이기고, 공놀이에서 못 이기면 착한 사람 겨루기에서 또 이기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그래서 이기고 지는데 너무 집착하지 말고, 여러분 첫 번째로 최선을 다하시고, 또 첫 번째로 정정당당하게 규칙을 지켜서 오늘 열심히 겨루세요.


사색: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할 때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드러난다. 누구나 명연설을 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잘 만든 스크립트와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배우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명연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연설을 그 사람의 삶이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그 명연설은 흔적도 없이 잊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연설은 서거 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보고 보아도 명연설이다. 이는 그분의 말속에 담긴 한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영웅호걸과 지도자들이 많았지만, 진정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회와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사랑했던 지도자들은 많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중에 한 사람이다.


초등학교에서 한 그의 연설은 그가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통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겨루기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난다. 겨루기는 승자와 패자로 굳어져 버리는 단 한 번의 승부가 아닌, 우리말 '겨루기'처럼 언제든지 겨루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겨루기이다. 이런 사회를 좋은 사회라 생각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든지 겨루기 기회가 있기에 이긴 사람도 겸손해서 진 사람을 격려하고, 진 사람은 다음에 기회가 있기에 이긴 사람을 축하하라 말한다.


이긴 사람을 축하하는 것은 때론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상대방의 실력을 먼저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도 쉬운 일 같지만 때론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되고, 상대방에 대한 질투심과 진 것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를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겨루기에 이긴 사람도 진 사람을 격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더 나쁘게 할까 봐 두렵기도 하거니와 괜히 격려하다가 생기는 혹시 모를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이 두려워서 머뭇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겨루기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을 해소시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언제든지 겨루기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런 기회가 보장되는 좋은 사회에서는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을 격려할 수 있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을 축하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또 다른 겨루기는 착한 사람 겨루기이다. 우리는 항상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만 겨루기라고 하는 것일까? 목적 혹은 사물이 아니라 도덕에 대한 겨루기는 어떠한가? 착한 사람이 되는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착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이 되어야 됩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넓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점에서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제 스스로가 사람으로서 얼마만큼 느낌으로 사람답다는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그런 노력을 하는 자세라도, 때때로 되돌아보는 자세라도 우리가 가지고 자신을 다듬어 나가면 그래도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따뜻한 사람은 분노가 있는 사람이지요.
<2007.6.2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

우리 모두가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꿈꾼 도덕 있는 국민, 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나부터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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