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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이 보고 싶은 가을날

Here, I Stand For You

by 싱클레어

마왕 신해철. 벌써 6주년 추모식이라니.


마왕 신해철과 함께 젊은 날을 보냈던, 특히 10-30대까지의 시간을 그의 노래와 함께 했던 나에게, 그의 부재가 느껴지는 날이면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함이 느껴진다. 특히 가을날이면 더욱 그런데, 그 이유는 아마 그의 목소리와 노래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가을날의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는 쌀쌀한 온도와 청명한 하늘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그의 영상을 무한반복으로 보면서, 그의 몸짓과 목소리와 이야기들을 통해 그는 의미 중심적인 사람이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삶에 대한 그의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명이 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그를 그리워하며 옛 추억에 잠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지만 유난히 오늘 마음에 와 닿은 노래가 있다면 'Here, I Stand For You', '나에게 쓰는 편지',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이다.


Here, I Stand For You 노래는 성인이 되면 어느 순간 다른 가치들에 치여서 관계 속에서 중요한 약속, 헌신, 운명, 영원, 사랑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릴 적 꿈꾸었던 친구들과의 우정도, 소중한 사람에 대한 사랑도 어느새 사라져 버린 현실을 말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서 성공하려하고, 열심히 직장생활도 하고 살아가는데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목적을 잃어버리고 수단에만 목매는 것은 아닐까?


이런 현실을 과감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마 '나에게 쓰는 편지'인 것 같다. 차갑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매일 지쳐 겨우 살아가는 자신에게, 힘을 내라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하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이 편지는 정말 힘이 된다. 노래 한 곡이 이렇게 힘이 될 수 있을까?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그 사랑을 붙잡아라고 말한다. 사랑에 붙는 여러 가지 조건들과 사랑의 미숙함들이 만들어 내는 사랑에 대한 불안함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게 만든다면 언젠가 그 마음이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되어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진정 자신과 상대방을 위한 사랑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사람이라면 사랑으로 함께 어려움들을 이겨 나가는 것은 어떨까?


Here, I Stand For You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해 또 한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여기서 있을게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와

인파 속에 날 지나칠 때

단 한 번만 내 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볼 수 있어 단 한순간에


Cause Here I stand for you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 줘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 줘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나에게 쓰는 편지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 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오오오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호의

불꽃같던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너에게 전화를 하려다

수화기를 놓았네

잠시 잊고 있었나 봐

이미 그곳에는

넌 있지 않은 걸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마지막 작별의 순간에

너의 눈 속에 담긴

내게 듣고 싶어 한 그 말을

난 알고 있었어

말하진 못 했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너에게 내 불안한 미래를

함께 하자고 말하긴

미안했기에


내게로 돌아올 너를 또 다시

혼자이게 하지는 않을 거야

내 품에 안기어 눈을 감을 때

널 지켜줄 거야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려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 것을

영원히 함께 할 내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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