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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어깨춤을

낯선 환경이 준 선물: 근심, 불안이 클 때 자신을 믿어보자.

by 싱클레어

4주 전 직장을 옮겼다.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1시간 30분, 토론토에서 668 km 떨어진 곳이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낯선 환경에 처하면 근심, 불안, 걱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정보의 부족,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 부족, 정착되지 않은 동료와의 관계와 삶의 환경 등이 근심과 걱정을 낳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도한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였다.


새 직장에서의 일은 기술적 난이도가 보통인 대신 많은 일을 해야 했다. 현재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슈퍼바이저, 팀 리더,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처음에 한번 얻은 신뢰는 그 이후에 실수를 해도 실수로 여겨지지만, 처음부터 실수 연발로 인해 동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중의 실수는 실수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낸다.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첫 한두 달은 집중해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때 따라오는 불안과 걱정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일이 어려워서, 정보가 부족해서,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느껴지는 불안과 걱정이 아니었다. 좀 전에 끝낸 일에 대한 불안이었다. 주어진 일을 집중해서 완벽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지나간 일을 제대로 했을까?라는 불안에 시달렸다.


왜 그럴까? 예전에도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과도하게 불안을 느꼈었나? 라며 곰곰이 자신을 돌아봤다. 며칠을 고민하다 깨달은 것은 '나 자신을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낯선 환경에 부딪힐 때마다 과도하게 불안과 걱정에 시달렸지만 곧 익숙해지자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2006년 미국으로 떠나는 부산발-인천행 첫 비행기에서 환승은 잘할 수 있을지,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을지, 유학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걱정과 불안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앞자리의 7살짜리 꼬마 아이는 시카고까지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 꼬마보다 못하는구나'하며 좌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과도하게 불안하고 걱정했던 그날에는 GRE, 토플 등 머리를 싸매어 가며 공부했던 영어가 쓸모없었다. 공항 내 버거킹에서 'Meal number one, please"라는 말이 겨우 입 밖에 나와한 끼를 때울 수 있게 했다. 줄 서서 주문할 때까지 식은땀이 흘렀다. 내 돈 주고 음식 사 먹는 데 식은땀까지 흘러보긴 처음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삶의 여러 형태로 나타나 불이익을 주고 있었다. 일을 할 때는 불안, 근심으로 더욱 잘할 수 있는 예기치 않는 좋은 결과를 나타내었지만, 관계에서 이 부분은 큰 손해를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이었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나의 존재가 이 땅에 살아 있음을, 가치가 있음을 드러내는, 한 자아가 굳건히 설 수 있는 주춧돌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사람들하고 동등하게 관계 맺을 수가 없고, 관계에서 수동적이며, 자신을 드러내는데 주저하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는 비난, 거절 등을 뿌리 칠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된다. 또한, 자신을 믿지 못하면 남을 믿을 수가 없다. 가장 큰 불이익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데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 부분들이 가족 관계에서, 과거의 인간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표현되어 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 자신을 믿지 않았다. 그동안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를 믿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잘 살아왔으니까"


이렇고 고백하는 순간 존재의 해방을 느꼈다. 근심과 불안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과거의 일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됐다. 나 자신을 믿으니까.


비틀즈(The Beatles)의 'Ob-la-di ob-la-da (인생은 계속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깨춤을 추었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이렇게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이다.


불편한 낯선 환경이 때론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내면 깊숙이 숨겨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진출처:https://pixabay.com/ko/photos/%ea%b1%b4%ec%b6%95%ea%b0%80-%eb%82%a8%ec%84%b1-%eb%8f%84%ec%95%bd-%ec%a0%90%ed%94%84-1080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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