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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북대서양 바다에 흠뻑 빠지다!

캐나다 Forillon National Park

by 싱클레어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여행은 익숙하고 안전한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 속의 나 자신과 익숙했던 곳의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그래서 여행이 좋다.


이 글에서는 2019년 7월 초에 휴가 때 토론토에서 차로 14시간 거리의 Forillon National Park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을 나누려고 한다.


퀘벡을 지나 Rimouski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132번 국도를 타고 가도 보면 어느새 바다가 차 속도에 맞춘 듯, 함께 달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파란 하늘, 바다 내음과 바람, 갈매기들은 가슴을 뚫리게 한다. 부산에서 태어나 마음이 답답할 때면 집에서 15분 거리의 조그마한 해수욕장을 찾았다. 백사장에 앉아 캔커피 하나를 들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은 아주 작은 존재가 되었다. 작은 존재가 되다 보니 역설적으로 저 넓은 바다를 열망하게 되었다. 저렇게 넓고 큰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그래서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일들도 아주 작은 나의 존재와 함께 작아졌고, 그 일들은 곧 파도와 함께 묻혔다. 그래서 바다는 쉼과 위로를 주는 곳이다.


132번 국도의 해안도로

2016년부터 토론토에 살게되면서 느꼈던 것은 토론토에는 바다만큼 넓은 호수인 온타리오 호수와 근처의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다와 호수는 큰 차이가 있다. 같은 바람이라도 호수의 바람과 바다의 바람은 틀리고, 호수의 냄새와 바다의 냄새는 다르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다 같은 호수라도 바다가 주는 감흥과 위로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바다를 늘 그리워 했다.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그동안 쌓였던 토론토의 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휴가차 10일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Forillion National Park을 알게 된 것은 같은 회사의 동료가 20년째 매년 가는 곳이라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여행 이틀째인 오후 5시쯤 목적지인 Forillion National Park에 도착하여 CAP-BON-AMI Campground에서 캠핑을 3박 4일간 시작했다. Forillion National Park에는 Small tent, RV, TENTik tents, micrOcube를 위한 캠핑장이 있어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캠핑을 할 수 있다. 위도가 높아서 여름에도 평균 온도가 17도 정도이기에 봄, 가을용 옷이 필요하고, 밤에도 추울 수 있기에 미리 준비를 해 가는 것이 좋다.


Forillon National Park 웹사이트 링크: 여기서 캠핑 예약, 비용, 운영시간, 지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pc.gc.ca/en/pn-np/qc/forillon/visit/Cartes-Map

Forillon National Park Map 중

위의 지도에서 각각의 아이콘들은 각 장소마다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알려준다. 빨간 점선들은 트레일을 표시하고 있는데, Forillon National Park에서 하이킹을 하지 않는다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알맹이를 놓치게 될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산 등선을 따라 걷는 트레일은 좁아졌던 내 마음을 확 트이게 한다. 산을 올라가기에 가파른 길도 있지만, 한국의 등산 코스에 비하면 난이도는 최하에 가깝다. 예를 들면, 서울 도봉산을 올라 본 사람이라면 여기 트레일이 너무 쉽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체력이 부족한 관계로 땀을 좀 흘렸다. 캐나다의 숲과 한국의 숲을 비교해 보자면 수종이 거의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숲 속을 걷노라면 소나무, 단풍나무, 버들나무 등 한국과 비슷해서 한국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트레일을 따라 피어있는 야생화도 친숙하다. 그리고 Forillon National Park 전체가 깨끗하게 보존이 잘 되어 있기에 트레일을 걷다 보면 자연 속에 동화되는 느낌이 든다.


Sentier Mont-Saint-Alban Trail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Forillon National Park의 두 번째 알맹이는 바로 고등어 낚시이다. 고등어 잡이는 유럽인들이 초기에 이주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Forillon National Park의 바로 옆 도시인 Gaspe는 유럽인들이 세운 최초의 정착촌이었다. 여기서 유럽인들은 풍부한 고등어와 생선들, 고래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잡아서 유럽으로, 또 미국으로 판매를 하였다. 여기가 이렇게 고등어가 풍부한 이유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하여 이를 먹고사는 작은 어류들이 성장하는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선착장 위에서도 고등어를 낚을 수 있다. 미끼 없이 바늘에 깃털이 달린 루어를 쓰는데도 물 반 고기반이라 10분 만에 10마리 이상 잡았다. 어떤 사람은 한 낚싯대에 바늘을 3-4개를 달아 한꺼번에 4마리까지 잡는 것을 보았다. 나는 바다낚시가 처음이라 낚시 바늘을 던지는 법도 몰라 헤매었으나 옆의 캐나다인이 친절하게 가르쳐 줘서 바늘을 던지고, 릴로 잡아당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당 고등어를 잡을 수 있는 수량은 10마리로 한정되어 있다. 10마리만 잡고, 여분으로 잡은 것은 옆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Grande-Grave, Forillon National Park에서 고등어 낚시를 할 수 있는 곳
태어나서 처음 잡은 고등어, 고등어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햇빛에 반사되는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지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유를 느끼게된다. 마치 내가 바다의 일부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낚싯대에 걸려든 고등어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노라면, 고등어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 치열함과 힘을 느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고등어가 바다 밖으로 올라오면 힘이 빠져서 일자로 바늘에 걸려 있는데, 이 고등어는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온 몸의 힘을 꼬리와 척추에 주어서 바다와 수평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고등어, 바늘이 고등어의 입과 아가미 속에 꽉 박혀 들어가 어쩌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너는 살아야 되고, 나는 잡아야 되고"


먹을 것을 위해 잔인해 질 수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고등어를 처음 손질을 해봐서 고등어가 비늘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고등어 회를 치다가 새끼손가락도 함께 잘릴 뻔하는 바람에 대부분 아내가 먹고, 나는 몇 점 먹다가 지혈을 한다고 입맛도 사라져 버렸다. 내가 나의 손가락을 베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고등어에게 복수당한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생애 처음 잡은 고등어를 손질하고 먹어보면서, 평소에 고등어를 너무 쉽게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다음 날에도 다시 같은 장소에 들러서 고등어를 잡았다. 이번에는 먹지 않고, 잡아서 옆 사람에게 주거나 바다에 다시 놓아주었다. 혼자만의 승리를 맛보았다.

CAP-GASPE 등대와 Sentier Les Graves Trail. CAP-GASPE 등대에서 100m 정도 내려가면 전망대의 망원경으로 고래를 볼 수 있다.

3일째 되는 날 CAP-GASPE 등대를 가기 위해서 Sentier Les Grave Trail을 걸었다. 한참 걷다가 고슴도치도 야생에서 처음 보았다. 아내와 지난 3년간의 토론토 생활도 뒤돌아 보고, 앞으로의 삶에서도 이야기하면서 걷는 길이 즐거웠다. 함께 여행하는 것의 재미는 주렁주렁 이야기 열매를 맺기 때문이 아닐까? 트레일의 종착지에는 Cap-Gaspe 등대가 있다. 이 등대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100m 남짓한 트레일의 끝에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망원경으로 보면 고래들이 물을 뿜는 장면들, 운이 좋으면 꼬리까지 볼 수 있다. Grande-Grave에서 출발하는 고래 투어도 여기서 이루어진다.


세 번째 알맹이는 통화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이라 인터넷 및 전화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과 단절된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들, 새소리, 파도 소리, 가마우지, 파란 하늘의 구름들, 밤하늘의 별들, 길가에 핀 야생화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여유에 어느덧 나를 붙잡고 있던 스트레스는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콘크리트 풍경만이 가득한 머릿속을 바꿔주었다.


바다, 고등어, 고래, 트레일이 있는 Forillon National Park!

혼자 가도 좋고, 함께 가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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