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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꽃 향기

토론토 겨울나기

by 싱클레어

토론토는 겨울이 추울 뿐만 아니라 눈도 많이 오고, 겨울 내내 흐린 날씨가 많다. 그래서 6개월의 기나긴 겨울을 보내려면 쉽지 않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 햇볕이 따사로웠다. 걷기 위해 목적지보다 지하철 역 한 거장 앞에서 내렸다. 걸으면서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걷다가 꽃 집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오늘은 나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꽃 향기를 참 좋아한다. 냄새에 민감한 나는 어딜 가든지 그 장소에서 나는 향기롭거나 아니거나를 떠나서 어쩔 수 없는 냄새에 불쾌할 때가 있다. 하지만 꽃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내가 능동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꽃을 향해 다가가기에 그 느낌과 행동이 좋다. 나만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꽃 집에 들어가면서 겨울에 꽃은 왠지 어색하면서 인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꽃이라 잠시 그런 생각을 접었다.


꽃 집에서 어떤 꽃을 살까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냄새를 맡아보았다. 왠 걸? 꽃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하우스 재배 꽃이라서 냄새가 안나는 것일까? 라며 고민했지만 금방 그 해답을 찾았다. 그건 내 코가 막혀 있었던 것이었다. 꽃 향기를 못 맡는다는 사실을 알고, 가게를 나오려고 했다. 아침이라 손님이 없을 시간에 우연히 들어온 손님이 꽃을 살 것처럼 냄새를 맡던 나를 주시하던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어색했지만 아무 말 없이 나왔다.


가게를 나오면서 국화가 생각났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는 매년 9월에 국화 축제를 했다. 4월부터 화분을 만들고, 기술 시간에 꽃받침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적을 팻말도 만들고, 교정 곳곳에 그렇게 만들어진 국화 화분을 두었다. 국화꽃이 만발할 때쯤 교정을 뒤엎는 국화꽃 향기는 나를 참 기분 좋게 했었다. 여름 내내 학생들은 자신의 국화꽃에 정성을 들여 가꾼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지나가며 '안녕' 인사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축제 기간에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교정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아름답게 핀 꽃을 선정한다. 그렇게 선정된 장려, 우수, 대상의 꽃들과 그 꽃들을 잘 가꾼 친구를 축하하며 축제를 즐겼던 기억이 난다. 국화꽃 향기가 가득한 교정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떠들고 놀았던 그때가 왠지 그리워진다.


햇볕이 따사로운 토론토의 겨울날, 어느덧 잃어버렸던 옛 추억이 생각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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