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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날

빠져나올 수 없는 사실을 직면할 때

by 싱클레어

새로운 직장에 다닌 지 한 달 하고도 2주가 되어 간다. 그동안 열심히 해서 슈퍼바이저에게 인정받아, 남들 다 가고 싶은 하는 부서로 1주 전에 옮겼다.


그리고 월요일 회사에서 실수를 했다. 남들 다 하는 실수였지만, 앞의 팀들이 같은 실수를 많이 했기에 본보기로 다시 전의 부서로 되돌아 갔다. 힘든 날이었다. 어느 회사에서 일하던지 신뢰를 주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는데 그 기대가 산산조각 났다. 온 마음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머릿속으로 수 없이 되뇌었다.


"남들 다 하는 실수이다. 10년 지나면 기억도 안나는 사소한 일이다..."


어떻게든 실수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마음속으로 나를 가르쳤던 친구도 미워지고, 슈퍼바이저도 미워지고, 복수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다들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항상 성실하며 일 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는데 오늘의 실수로 날아가 버렸다.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당장 그만두면 마음이야 편할 수 있겠지만, 준비 없이 회사를 그만두면 후폭풍은 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사람들이 이 일을 잊어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수 없이 변명을 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은 가슴을 후벼 파는 팩트라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이 슬픔을 이겨내려고 평소에 기분 안 좋을 때 듣는 음악, 맛있는 음식, 운동 등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번 것은 쾌 크다. 바닥이다. 평소의 방법으론 해소가 안되었다.


그래서 울기로 했다. 운다는 것은 지질한 것이 아니다. 슬픔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어쩌면 사회가 우는 사람을 안 좋아 하기에 울음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울었다. 영화의 슬픈 장면들과 살아오면서 눈물 나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나의 이 슬픔 감정을 떠올리며 울었다.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울고 나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내일 직장에서 받을 슈퍼바이저의 눈빛들과 주변 동료들의 눈빛들을 떠올리며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래. 내가 실수했으니, 책임을 지면 그뿐.'


혹시 해고당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했더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사건 다음날인 오늘 하루 그들의 표정과 눈빛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 실수 한 번으로 나의 능력과 나를 재단하지 말자라고 마음먹으니 다시 자신감이 조금씩 살아났다.


슬픈 일은 지나갔으니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즐거운 일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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