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임을 통해 얻은 것들
2019년 1월 토론토 북클럽 "문학 산책"이 시작되었다.
평소에 문학 책을 읽고 싶었는데 혼자서 읽기에는 의지가 약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면 책 읽기가 유익할 것 같아 토론토 한인 커뮤니티에 북클럽 모임을 제안했다.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모임을 주관하는 것이라 과연 사람들이 문학 책 읽기에 관심이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웬걸 2018년 12월 말에 글을 올렸는데 다섯 명이 함께 하겠다고 응답이 왔다. 그렇게 해서 1월 중순에 처음 만남을 가졌고, 자기 계발서를 제외한 인문, 고전, 소설, 수필, 철학, 예술 등에서 각자 책 두 권씩 추천하여 10권의 책을 2주마다 한 권씩 읽어 나가기로 정했다. 책 선정 시 자기 계발서를 제외한 것은 자기 계발서는 목적이 분명한 책이라 해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북클럽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아마 책 선정일 것이다. 책 선정 시 참여한 멤버들이 추천하도록 한 것은 북클럽 이름처럼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 추천한 평소 읽고 싶은 책들은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모임 진행은 책을 읽고 와서 각자 돌아가면서 5 분 정도의 시간에 자신이 느꼈던 것들, 생각들을 나누고, 이후 책 선정자가 책과 관련해서 질문을 한 두 개 정도 준비해서 질문에 답하며 자유 토론을 가지도록 하였다. 진행자로서 나는 책 선정자가 준비하지 못할 경우 대신 준비하였다. 시간은 화요일 저녁 6:30분에 모였고, 장소는 카페에서 모이기도 하고, 때론 식당에서, 가끔씩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그리고 St. Louis Bar & Grill에서 치킨 윙과 함께 북 모임을 진행하였다. 자주 가는 카페는 Goldstruck Coffee인데 반 지하에 위치해 있어, 눈 오고 날씨가 흐린 날 들어가면 왠지 따뜻한 동굴에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커피가 신선하고 맛있는 곳이다.
책 10권이 끝나고, 5명의 새로운 멤버가 참여하여 시즌 2가 시작되었고, 2020년 2월 5일 시즌 3가 시작된다. 시즌 3에서는 새로운 멤버 세 분이 참여하여 총 13명이 되었다. 시즌 1, 2에서 읽었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월든, 죄와 벌,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속죄, 1984, 데미안, 무정, 위대한 유산, 파우스트, 빨강머리 앤, 타임머신, 이방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인간실격, 작은 아씨들, 유토피아, 상실의 시대, 자유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모임을 통해 얻은 것들
1. 평소 읽지 않는 장르와 저자의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책 읽기도 편식처럼 내가 바라보는 곳의 책들만 읽는데 참여한 멤버들의 추천한 책들은 평소에는 읽지 않을 저자의 책들이어서 독서의 지경이 넓어지게 되었다.
2. 한 권의 책을 여러 명이 함께 읽고 나눔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 사색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책을 읽고 멤버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들이 다르고, 똑같은 문장을 읽더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나누는 것은 책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
3.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었다. 해외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깊이 나누고, 들어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인 커뮤니티 카페 같은 곳에서 수 없이 많은 모임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그 이유는 그 모임들 속에 참여하는 멤버의 성장이 없는 것이 첫 번째요, 깊은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 모임은 책을 읽고 사색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남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분명한 콘텐츠가 있기에 모임에서 이야깃거리가 끝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북클럽 "문한 산책"은 책 모임이지만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로서 평소에 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4. 자아 성장이 일어났다. 책을 깊이 사색함으로써 저자가 살았던 당시의 상황들, 글 속에 담긴 고뇌들을 공감하게 되었다. 또한 오래된 고전일지라도 그 책이 주는 오늘날의 교훈들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나와 사람들, 세상에 대한 태도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문학 산책 시즌 3가 2월 5일 책 선정을 시작으로 앞으로 13권의 책을 26 주에 걸쳐 읽어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책들을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되고, 나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