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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음악노트]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by 싱클레어

토론토도 어느덧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 같다. 화창한 날씨에 기온이 올라가니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몰려왔다. 나에게 걷는 것은 쉼이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렇게 봄바람이 시작될 때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그 노래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군대에서의 생각이 난다. 집은 부산이고, 군에서 복무했던 곳은 충남 서산의 공군 부대이다. 그래서 집으로 갈 때는 주로 수송기보다는 천안으로 가서 5시간이 걸리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기차에는 TMO라는 군인들을 위한 열차칸이 있다. 늘 붐비기에 대구쯤 가야 앉을자리가 있다. 그동안은 서서 가는데 열차 맨 뒷칸에 가거나 열차 사이의 공간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경치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봄에는 만발한 꽃들과 푸릇푸릇한 산들을 보며,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들으면 공군 편지지에 편지를 쓰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편지를 쓴다는 것은 대단히 낭만적인 일이다. 한 글자를 쓰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그 단어를 통해 여러 가지 그 사람에 대한 마음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연인이든 친구이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래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때는 이 노래와 함께 그때 그 시간에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쓰고 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를 바람에 실어 그곳으로 데려간다.


창가로 비치는 따스함과 노래 속에 담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은 나의 마음을 아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 설렘과 기대감에 마음이 들뜨고, 그 사람과의 추억과 추억 속에 담긴 얼굴과 말과 웃음과 향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나의 마음에 봄바람을 실어다 주는 곡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 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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