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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영혼의 휴가 Chicago Blues

노동자에 쉼을 주는 음악

by 싱클레어

시카고에 가면 블루스 클럽에 가보라고 권한다. 시카고에는 블루스 말고도 볼거리가 많은데 웬 블루스 할 수도 있다.


시카고는 일리노이주의 최대 도시로서 미시간 호수가 접해 있는 도시이다. 유명한 현대 건축물들이 많아서 건축학도들은 꼭 방문하는 도시이다. 시카고 도심 안으로 미시간 호수와 연결된 운하가 있어서 유람선을 타고 역사적인 건물들과 다양한 디자인의 고층 빌딩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 중부 지방의 대도시답게 문화, 공연 특히 오페라뿐만 아니라 재즈, 블루스, 미술관 등 볼거리도 풍부한 문화 도시이다.


굳이 블루스 클럽에 가지 않아도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지만, 블루스 없는 시카고는 나에게는 상상하기 힘들다. 음악 마니아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시기에 Pub이나 클럽을 의도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도 아니지만 시카고의 블루스는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 블루스 클럽에 방문하게 된다면 알게 될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나 연주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가 자유롭다는 것을. 그래서 시카고를 갈 때면 블루스 클럽을 꼭 방문한다.


시카고 블루스는 전통 블루스와 다르다. 시카고만의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도시 문명의 상징인 뉴욕과는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뉴욕은 매우 자유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라면, 시카고는 겉모습은 뉴욕처럼 세련된 도시이지만 그 속에 쓸쓸함이 잔뜩 묻어난다. 그 쓸쓸함은 과거에 시카고의 도시가 번성하는 데 있어 흑인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애환이란 1910-1970년 사이에 남부 흑인들이 대이동(the Great Migration)하면서 시작된다. 주로 미국의 남부 지역의 농장에서 살았던 흑인들이 인종차별로 인한 생명의 위협과 목화 농장의 몰락 등으로 생계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겨울이 무척 추운 산업화된 북부 지역으로 6백만 명 정도가 이주를 하였던 것이다. 산업화된 북부 도시들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흑인들은 노동력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인종차별 때문에 미국에서 200년이 넘게 살아도 갓 이주한 유럽계 이민자들보다 저임금으로 일했고, 노동 강도도 훨씬 심한 일에 종사하였다.


남부지역에서 살기 위해 북부지역으로 왔지만 그들의 고된 삶은 별반 다르게 없었던 것이다. 남부 대농장에서 고된 노동과 백인들의 차별과 가축들과 비슷한 자신들의 목숨을, 미래를 바꿔보려고 왔지만, 겉으로는 세련된 도시에 사는 것처럼 좋아 보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형태만 다른 고된 노동이었다.


남부 지역의 고된 노동과 노예 생활을 잊어버리기 위해 불렀던 그 노래를 부르기 싫어 대도시에 왔지만, 그 노래를 다시 불러야만 했다. 노래라도 부르지 않으면 삶의 고통을 잊어버리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통 블루스와는 다른 시카고 생활의 애환을 노래하는 시카고 블루스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일과 후에 맥주 한 잔과 블루스는 지친 노동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훌륭한 약이 되어 왔던 것이다. (뿌리깊은 미국의 인종차별은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사회 전반에 남아있어 지금의 Black Lives Matter시위를 발생시켰다. 미국에 있으면서 백인이 아니라면 누구나 겪는게 인종차별이다. 인종차별은 백인, 흑인, 아시아인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는 폭력이다. 다민족 이민사회인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뿌리 뽑혀야 할 폭력이다.)


즉흥적 요소와 리듬, 가사가 자유로운 블루스는 온갖 규정과 규제 속에서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고 자유롭게 한다.


시카고에 가면 우노 피자뿐만 아니라 블루스 클럽에도 가보자. 거기서 자본주의에 지친 영혼을 잠시나마 자유롭게 하면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UDgCyAXH9-k


Blue Chicago, 유명한 블루스 클럽 중 하나.


우노 피자, 시카고 미술관, 지하철, 시카고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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