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nclair Aug 09. 2023

마법의 도구, 나침반, 그리고 안경

내 인생의 주인은 누구일까 Part. 3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도 아니면 모처럼 극단적인 선택은 아닐지라도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죠. 그런데 신기한 점은 제 주변에는 유독 그러한 결정을 쉽게 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봐도 그리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은 마치 이러한 고민을 이미 끝마친 사람들처럼 과감하게 선택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고등학생 시절, 인생에서 꽤나 큰 갈림길에 서야 했습니다. 어떤 대학을 갈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아니, 애초에 대학을 갈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경험하신 분들은 가정과 커리어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이 꽤나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이 꼭 필요한데, 그 선택이 우리의 커리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예시만 봐도 숨이 턱 막히는 선택의 순간들이 우리 인생에는 크고 작은 형태로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유독 쉽게 결정하는 사람들은 결단력을 타고났기 때문일까요?




가치관? 그래서 그게 뭔데

        제게는 이제 든든한 종이 한 장이 있습니다. 오로지 저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저만을 위한 A4 사이즈 종이 한 장이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언제 행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 종이 한 장이면 얼마든지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처럼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적혀 있는 몇 가지 키워드들에는 공통분모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이처럼 의식하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저에 대해서 종이 위에 하나둘 적어보니 제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그 공통분모들이 결국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였는지 아니면 중학생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가치관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세계는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다양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세계를 바라보는 본인만의 관점이 바로 제가 배운 가치관의 정의였습니다. 당시 저는 가치관이라는 단어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글로 적혀 있었기 때문에 단어의 뜻 자체는 알겠는데, 그래서 이걸 왜 공부하는지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꼬마 아이는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따위로 구성된 세계라는 것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가치관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치관이라는 게 너무나도 대단하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가치관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늘 우리 곁에 있었는데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가치관에 대해서 몰랐던 이유는 이 세계에 대해서 몰라서가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마법의 도구, 나침반, 그리고 안경

        가치관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가치관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선택지 중에서 보다 쉽게 결정을 도와주는 마법의 도구였습니다. 종이 한 장에 담겨 있는 제 이야기는 제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압축 파일이었습니다. 제 모든 것들을 종이 한 장에 담아 한눈에 들여다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저는 일보다는 가정이 더욱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커리어의 성공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성공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 성공이 제게는 그다지 의미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먼 미래에 '커리어'와 '육아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 순간이 제게 다가온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가치관이라는 마법의 도구 덕분이죠.

        그리고 가치관은 수많은 갈림길에서 제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시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은 지극히 평범한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미래에 대한 수많은 걱정들이었습니다. 저는 미래에 행복한 가정을 이뤄 사랑하는 사람과 소소하게 즐기며 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누구나 꿈꾼다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리고 탄탄한 커리어를 위해서는 자기 개발도 꾸준히 해야 했습니다. 독서, 영어공부, 운동 등 이 세상에는 자기 개발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이 있더군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이유 하나로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을 줄여야 했습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선택했는데 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니! 이보다 역설적인 상황이 있을까요? 결국 제게 중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번에는 가치관이 제게 인생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준 덕분이죠.

        마지막으로 가치관은 안경과도 같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제가 보고 싶은 것들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죠. 이 세계를 바라보는 저만의 관점. 이런 가치관의 정의를 통해 세상의 모든 건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오로지' 제 자신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삶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그 삶을 살아가는 제가 정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4년의 생도시절을 돌이켜 보면 참 다양한 동기생들이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똑같은 사람이 없었고 제각기 다른 장점과 매력을 지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달랐다는 점입니다. 생도생활은 그다지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루 24시간을 통제된 일과 속에서 쳇바퀴처럼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누군가는 국방부의 시간은 어차피 흘러간다는 마인드로 하루하루 주말만을 기다리며 견디었습니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통제된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은 어차피 본인이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 상황 속에 있는 본인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흘려보내기에 급급했고, 다른 누군가는 어떻게든 자신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똑같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의 농도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제 주변에서 유독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결단력을 타고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본인의 가치관에 대해서 남들보다 일찍 고민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던 게 아닐까요? 우리도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해선행되었다면, 이 가치관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선택의 기로가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치관이라는 존재가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만의 마법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여러분만의 나침반, 안경은 무엇인가요? 여러분만의 가치관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작가의 이전글 난 아무거나 다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