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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lair Aug 11. 2023

Just Do It!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영상을 틀자 한 손에 보드를 들고 있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계단 옆에 있는 가파른 난간을 보드를 타고 내려오려 합니다. 한 순간에 사람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는 보드를 타고 내려오다가 옆으로 넘어집니다. 그 남자는 일어나서 계단을 올라가 보드를 들고 다시 난간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또다시 넘어집니다. 계속해서 넘어집니다. 이어서 다리가 없는 꼬마아이가 등장합니다. 몸을 지지할 수 있는 두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레슬링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등장한 사람은 서핑보드 하나만을 의지하며 건물 하나를 삼킬 만큼 커다란 파도를 타고 있습니다. '만약에 사람들이 네 꿈을 미쳤다고 말한다면, 네 꿈이 충분히 미쳤는지 물어봐'라는 문구로 영상은 끝이 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30주년 광고였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나이키 브랜드의 대표 문구는 'Just Do It'이죠. 저는 이번에 바로 이 나이키 광고 문구인 'Just Do It'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이왕이면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작년 가을, 저는 매일 친구들과 하루도 빠짐없이 통화를 했습니다. 군인의 길을 그만두고, 사회에 나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가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생도시절을 포함하면 약 10여 년을, 다르게 표현하면 20대 전체를 군이라는 조직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사회에 나섰다가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또다시 방황의 늪에 빠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보다는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했을 사회에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매일 전화를 했던 것이죠.

        친구들이 제게 해준 조언은 모두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모두 다른 성격과 성향을 지녔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를 때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도전해 보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제 상황이 스스로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랐던 건 맞습니다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뭐든 도전해 보라니. 제가 기대했던 답변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성의 없는 조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였죠. 그냥 닥치는 대로 해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RPG 게임을 할 때도 그 캐릭터를 가장 완벽한 상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수많은 정보를 모으는 노력이라도 하는데, 게임 캐릭터보다 훨씬 중요한 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뭐든 생각나는 대로 그냥 해보라니! 가능성조차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것들에 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뭐든 그냥 해봐도 되는 이유

        그런데 인생은 게임과 달랐습니다. 우리 삶은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캐릭터를 키울 때는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어떤 아이템을 착용해야 하는지, 어떤 사냥터에 가서 레벨업을 해야 하는지 그 길이 정해져 있습니다. 정답이 있는 길이죠. 하지만 우리 인생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많은 변수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인생은 게임과 다르게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몇 살의 나이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 따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니, 정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게임과 달리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게임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면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만, 우리 인생은 절대로 모든 걸 알 수가 없습니다. 즉,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고민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인드로 친구들의 말대로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뭐든지 생각나는 대로 도전했습니다.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했고 언젠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좋은 글귀를 예쁘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냥 캘리그래피도 시작했습니다. 글쓰기, 캘리그래피, 피아노, 수영 등 평소에 제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것들은 뭐든 도전했습니다. 제가 글쓰기나 캘리그래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거나 대단한 석학분들께 배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딱 이 한 가지 이유였습니다.

        원래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을 고집했다면 아마 평생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완벽하게 계획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제 신념 때문이죠. 지금처럼 글을 써보기 위해서는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글 쓰는 게 과연 제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제 성향과는 맞는 것인지 등 모든 걸 따져보느라 시간을 다 흘려보냈을 겁니다. 막상 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꿈만 거대해지고 그걸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만 주구장창 했을 겁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고,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인생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많은 변수들이 자리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이 세상에는 오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혹여나 말도 안 되는 확률로 그게 가능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해도, 막상 그것을 해보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해보고 계속해서 부딪혀봐야 그것들이 우리와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제게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전했던 모든 게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느냐고. 혹은 도전했던 모든 걸 지금도 하고 있느냐고. 제 대답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저는 도전을 한 것뿐입니다. 목적은 그것들이 저와 맞는지 그리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건지 알기 위해서였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도전했던 것들 중에서 저와 잘 맞는 건 아직도 잘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와 잘 안 맞는 것들도 있었고 그것들은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저와 잘 안 맞는 것들을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돈은 허무하게 날아갔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없다는 사실이죠. 결국 의미가 있고 없고를 부여하는 건 제 자신의 몫입니다. 저와 잘 안 맞는다고 해서 실패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면 그 실패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아 한걸음 더 나아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을 쓸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건 제가 생각하기 나름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이키 광고에서 도전하는 그들이 외치는 대로 살아봅시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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