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벗고, 나를 입다] 제3화

지금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by Sinclair

열정만 가득했던 소대장 시절, 예고 없이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무너지는 제 계획을 보며 저는 처음으로 '제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서늘한 자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제 시선을 10년 전, 아니 그보다 더 먼 과거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꽤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습니다.

평온한 주말 오후에 책상에 앉아 과거를 돌이켜봤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갈림길을 계속해서 마주했고, 그 순간마다 수많은 선택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 선택의 순간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동안 내가 해 온 선택들은 정말로 내가 한 게 맞을까?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문과와 이과 중 어디를 택할지, 심지어 대학이라는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생각해 봤습니다. 당시에는 분명 '제 의지로 내린 선택'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제가 한 선택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뽐내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착각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그런 친구들과 달리 뚜렷한 꿈이 있고 그 꿈은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것이라 말하며 뽐내고 싶었습니다.

"나는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서 장교가 될 거야"라는 선언을 하며 꿈이 있는 아이처럼 보이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 뒤에는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적인 긍정적인 시선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시간은 흘러 그 꿈은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십 수년이 흐른 뒤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 자신을 진짜 제 모습이라고 믿고 싶어 했던 그저 겁이 많은 아이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멋져 보여서' 선택한 길들이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사회가 쓴 시나리오를 가장 충실하게 연기하는 '한 명의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여러분이 했던 '선택'은 혹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면'은 아닌가요?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연습하는 법


물론 우리는 사회라는 시스템을 온전히 벗어나 살 수 없습니다. 사회적인 시선을 모두 무시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주체성'은 주변을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원하는 것을 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최소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큼은 선택의 이유가 본인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이해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진로, 꿈, 미래와 같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결정할 때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 주체적인 선택에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에서의 무수히 많은 훈련을 통해 '주체적인 힘'을 키워야만, 정말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그 힘이 발휘되어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후회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여유로운 주말에 책 한 권을 읽더라도 그 이유가 '남들도 다 읽으니까' 혹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들어서'라는 타인의 기준에만 있으면 안 됩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수동성입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왜' 지금 내가 이 글을 읽어야 하는지, 이 행동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스스로 의식해야 합니다.

이 선택이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타인의 프레임에 갇혀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는 수시로,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의심이 주체성을 만든다


주체적인 삶은 대단한 결단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내 선택들을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선택이 맞을까?
타인에게 뽐내고 싶거나, 창피하기 싫어서 '그런 척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해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의 핸들을 쥐게 됩니다. 타인에 의해 연기하는 삶은 당장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언젠간 공허함이라는 파도 앞에 무너질 뿐입니다. 내 인생의 대본을 다른 사람이 쓰게 두지 마십시오.


[다음 화 예고]


상황은 바꿀 수 없어도, 그 상황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입니다. 모든 행동을 통제받던 육군사관학교 기초군사훈련 시절,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못 가던 그 극한의 상황에서 발견한 역설적인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4화. 지독한 통제 속에서 배운 역설적인 자유

작가의 이전글[군복을 벗고, 나를 입다] 제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