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열정만 가득했던 소대장 시절, 예고 없이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무너지는 제 계획을 보며 저는 처음으로 '제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서늘한 자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제 시선을 10년 전, 아니 그보다 더 먼 과거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꽤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습니다.
평온한 주말 오후에 책상에 앉아 과거를 돌이켜봤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갈림길을 계속해서 마주했고, 그 순간마다 수많은 선택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 선택의 순간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동안 내가 해 온 선택들은 정말로 내가 한 게 맞을까?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문과와 이과 중 어디를 택할지, 심지어 대학이라는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생각해 봤습니다. 당시에는 분명 '제 의지로 내린 선택'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제가 한 선택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그런 친구들과 달리 뚜렷한 꿈이 있고 그 꿈은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것이라 말하며 뽐내고 싶었습니다.
"나는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서 장교가 될 거야"라는 선언을 하며 꿈이 있는 아이처럼 보이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 뒤에는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적인 긍정적인 시선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시간은 흘러 그 꿈은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십 수년이 흐른 뒤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 자신을 진짜 제 모습이라고 믿고 싶어 했던 그저 겁이 많은 아이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멋져 보여서' 선택한 길들이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사회가 쓴 시나리오를 가장 충실하게 연기하는 '한 명의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여러분이 했던 '선택'은 혹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면'은 아닌가요?
물론 우리는 사회라는 시스템을 온전히 벗어나 살 수 없습니다. 사회적인 시선을 모두 무시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주체성'은 주변을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원하는 것을 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최소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큼은 선택의 이유가 본인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이해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진로, 꿈, 미래와 같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결정할 때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 주체적인 선택에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에서의 무수히 많은 훈련을 통해 '주체적인 힘'을 키워야만, 정말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그 힘이 발휘되어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후회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여유로운 주말에 책 한 권을 읽더라도 그 이유가 '남들도 다 읽으니까' 혹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들어서'라는 타인의 기준에만 있으면 안 됩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수동성입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왜' 지금 내가 이 글을 읽어야 하는지, 이 행동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스스로 의식해야 합니다.
이 선택이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타인의 프레임에 갇혀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는 수시로,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주체적인 삶은 대단한 결단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내 선택들을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선택이 맞을까?
타인에게 뽐내고 싶거나, 창피하기 싫어서 '그런 척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해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의 핸들을 쥐게 됩니다. 타인에 의해 연기하는 삶은 당장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언젠간 공허함이라는 파도 앞에 무너질 뿐입니다. 내 인생의 대본을 다른 사람이 쓰게 두지 마십시오.
상황은 바꿀 수 없어도, 그 상황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입니다. 모든 행동을 통제받던 육군사관학교 기초군사훈련 시절,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못 가던 그 극한의 상황에서 발견한 역설적인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4화. 지독한 통제 속에서 배운 역설적인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