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은 나를 지켜주는 '마법의 도구, 나침반, 안경'
제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무심코 꺼낸 A4 종이 한 장에는 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과 그 답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고 반면에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한 것들을 마치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무작위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무언가에 홀린 듯 적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 종이 한 장에는 크고 작은 글씨로 이런저런 키워드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있었습니다. 마치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그 키워드들은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였지만, 어떠한 공통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종이 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저의 진심들은 점이 되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을 통해 제가 인생에서 무엇을 귀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소한 공통점이 모여 저만의 가치관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순간, 오랜 기간 안개처럼 흐릿하게 보이던 삶의 방향성이 처음으로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의 종이 위에는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그 선'이 있습니까?
어렸을 때부터 '가치관'이라는 단어는 교과서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도 그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가치관이라는 건 위대한 정치가나 철학자들만이 갖는 거창하고 특별한 사명 같은 건 줄만 알았습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니, 그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평범한 꼬마에게는 너무나 멀고 무겁게만 느껴졌죠.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가치관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무심코 그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A4 종이에 제 자신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을 채워 나가며 처음으로 그 뜻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 넓은 세계를 몰라서가 아니라, 항상 함께 하던 제 자신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치관은 밤하늘의 닿을 수 없는 별 같은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늘 제 곁을 맴돌고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있어 보지 못했던 '삶의 우선순위'였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아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이해한 가치관이었습니다.
가치관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어떠한 선택을 단순하게 만드는 기준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죠. 그 선택의 기로에서 가치관은 제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장교로서 군생활을 하던 제게 일과 명예, 진급보다는 사람, 사랑, 가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장군이 되는 명예로운 삶일지라도 그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그 성공은 무의미할 것이란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다가오는 미래에서 마주 할 진급과 육아 사이의 갈등은 더 이상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가치관은 방황을 멈추고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선배들에게 흔히 듣던 장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젊음을 불태워 헌신하고 진급만을 좇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길 끝에서 정작 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사라진다면, 그건 제가 원하던 인생의 엔딩이 아니었습니다. 가치관이라는 나침반이 생기자, 다른 사람이 말하는 정답이 아니라 '저만의 정답'을 향해 흔들리지 않을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치관은 세상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안경이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그 누구에게든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라도 누군가는 불평불만을 하며 흘려보내기에 급급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가치관이라는 안경을 쓰고 나서야, 숨이 막힐 정도로 통제받는다고만 생각했던 군생활 속에서도 제 나름의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틈새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통제된 삶의 환경이 바뀌진 않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제 시각이 달라지자 삶의 농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유독 어려워 보이는 결정을 쉽게 내리고 흔들림 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흔히 결단력이 타고난 사람이라 칭하며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사실 그들은 태생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스스로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발견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그 가치관이라는 건 한 번에 오는 깨달음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A4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저에 대해서 무작정 적어 나갔고, 오랫동안 외면했던 제 자신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가치관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행위 자체가 각자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을 갈 때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선뜻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선택의 기준점이자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 그리고 눈앞에 있는 세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인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에 우리 인생을 맡기지 말고, 나만의 선택을 하기 위한 가치관을 고민해 보세요.
당신만의 기준점이자 나침반, 안경은 무엇입니까?
가치관이라는 안경을 쓰고 먼 미래를 내다보았습니다. 백발노인이 된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저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해안 소초의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만난 미래의 나, 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제9화.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건네는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