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깊이 고민하게 한 초3의 질문
우리 반 재간둥이가 싫어하는 국어시간.
눈빛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 있다.
활동시간인데 멍 때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듯 긁적이더니 대뜸 하는 말,
“선생님 공부는 왜 해요? 저는 서울대 안 갈 건데요. 서울대 나와도 치킨집 차린대요.”
“서울대 가려고 공부하는 거 아니야. 공부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거야.”라고 대답은 했는데 그 뒤로 계속 그 말이 맴돌았다. 곱씹어보니, 공부는 취업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에 나온 말이었다.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는데도 되어서도 왜 공부하는지를 생각해보니, 내가 중시 여기는 가치를 위해 내 삶에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why를 알아야 행동하게 되는 건데 공부는 취업을 위한 거고 우리나라 현실을 서울대 나와도 치킨집 차린 다고 인식하는 아이들에게 공부의 이유가 있을 리가 없다.
시대는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교육은 10-20년 전과 똑같음을 많이 느낀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는 학위를 대체할 많은 것들이 이미 생기고 있다. 유튜버 되기, 크리에이터, 성공적인 비즈니스, 팟캐스트, 전문가 프리랜서 등. 또한 미래엔 특정 직업을 한 가지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좋은 대학을 위한 엄청난 공부, 안정적으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 지향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가 상상도 못 할 만큼 변화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 이들이 자기 안에 있는 빛을 발휘하며 살아가도록 하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많이 고민하는 요즘이다. 나 하나가 고민하고 공부해나간다고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바뀔까? 도 싶지만, 이렇게 교사 한 명, 한 명이라도 그리고 부모들이 바뀌다 보면 천천히 바뀌지 않을까?
나를 언젠가 동료 선생님이 이상주의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난 교사이기에 희망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숨겨진 보석들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들은 내가 겪은 대학을 위한, 취업을 위한 입시경쟁 속에 허덕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마음껏 도전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좀 더 자신들의 빛을 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
‘꾸준하다, 부지런하다.’와 같은 단어를 사랑한다.
이 단어들에는 뒤에 숨겨진 큰 힘이 보이기 때문이다.
“00아, 그래서 선생님은 꾸준하게, 부지런하게 공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