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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Feb 14. 2021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인문학

내가 수업에 담고 싶은 메시지

교사에게 수업은 곧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담는 일이다. 곧 나의 세계가 반영된다.

이런 점에서 나의 수업을 재정비하고 한 해 수업 방향을 설정하는 2월은 부담감도 있지만 꽤나 설레는 시간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겪은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참 많은 고민을 했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 속에서 교사인 나의 역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것’.......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현시대에 대한 이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 등을 공부하다 보니,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나의 고민은 예상치 못한 프랑스라는 나라, 그리고 인문학 교육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만난다.


열쇠 1. 프랑스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이 있다. 이 시험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얼마만큼 갖고 있느냐’에 대해 묻는다. 특별한 형식 없이 어떤 질문에 대해 정답 없는 자신의 생각을 줄줄 쓰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프랑스 교육과정에는 어릴 때부터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말하는 수업이 이루어진다. 이런 교육을 받은 프랑스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 돈 벌어먹고 살 고민 대신에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프랑스의 경우 어느 정도의 기술만 있으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사회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를 볼 때 교육은 결국 사회가 변화해야 함께 변할 수 있다. 대학을 안 가는 사람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바뀌어갈 것이고 이미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그런 시대가 더 빨리 오고 있어 한편으로 긍정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직이수를 하거나 교육대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딴 사람들이 흔히 교사가 된다는 사실. 그리고 교사라는 존재를 ‘자기 세계를 가꾸어 나가면서 후속세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교사에 대한 대우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가 와 닿았다. 먼저 나의 세계를 잘 가꾸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자리 임도 느꼈다.



열쇠 2. 인문학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삶이 옳은 삶인가? 나는 어떻게 할 때 가장 만족, 행복한가?’ 등과 같이 인간다움을 질문하고,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인문학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어릴 때부터 고민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며 커 온 아이는 삶의 어떤 문제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삶의 목적과 방향을 아는 공부를 하는 아이와, 공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대기업,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성적을 받는 것인 아이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공부한 아이는 어느 순간 분명히 ‘내가 잘 사는 건가? 뭘 위해 이까지 왔을까?’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후자가 우리나라의 현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다.

교사마다 자신의 교육철학이나 목표가 있을 것이고 결국 교사 개인의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바뀌어가기도 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삶을 살아가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표는 결국 인문학과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미래를 위한 교육에서 주목해야 할 건 어떤 기술을 가져야 할지, 어떤 기술이 뜰 지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그 기술은 인간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국 과학, 기술, 환경 등의 주체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 것이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방향이 없는 것이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재앙이 된다.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다운 인간이   있게 하는 (인문학)이다. 이것은 결국 교육의 근원적인 목표와도 또 통한다. 이런 면에서 시대가 발전할수록 ‘교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수업은 교사의 삶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수업은 교사의 자존이기도 하다. 교사 스스로 수업의 목적과 방향을 알지 못하면 무너진다.


짧은 경력이지만 교실에 있으며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하는 1년을 통해 내가 생각보다 무궁무진한 것들을 줄 수 있단 것이다. 교사마다 자신이 잘하는 것, 강점이 있기에 그것에 집중하면 된다. 수업 방법과 도구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속에서 나에게 꼭 맞는 것들을 찾고 재구성해 나만의 수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모방이 시작일 수 있지만 결국은 교사 자신만의 메시지를 찾아가야 한다.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것을 알아보려면 평소에 내가 많이 하는 말을 돌아보면 된다고 한다. 내게는 그것이 자존, 사랑, 관계 등이었다. 이런 요소들은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뿌리이자 힘이라 생각한다. 이것들을 채워주면서도 인간다움에 대해,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는 수업. 그것들이 아이의 내면에 쌓인다면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수능 성적 앞에서 자살하는 아이로는 크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해야 한다면 왜 해야 하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뿌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교실이자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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