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행복한 관계를 시작하는 방법
사랑의 콩깍지
콩깍지라는 말은 상대에게 반한 바람에 그 사람의 결점에는 눈이 멀어 있다,
이 사람이면 다툼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뉘앙스가 들어있는 말. -나무위키
첫 만남을 앞두고 반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항상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1.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나를 좋아하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아이들을 듬뿍 사랑하고 아낄 것. 2. 똑같은 한 인간으로서 만날 것
그중 1번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교실에서 매번 아이들을 듬뿍 사랑하고자 다짐하지만 쉽지 않은 순간도 온다. 그런데 학기 초에 첫 만남 일주일 정도만 콩깍지를 잘 쓰고 있어도 1년 동안 사랑스러워지는 기적이 생긴다. 그런데 걸림돌이 한 가지 있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매년 어떻게든 반의 주요 학생(?)에 듣게 되는 것. 사실 선입견을 갖고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던 적도 있지만, 그럴 수 없단 걸 안 뒤로는 그 학생은 개학날부터 나의 칭찬 타깃이 되었다. 미리 잘 기억해두었다가 조금만 칭찬할 거리가 있으면 은근슬쩍 반 전체 앞에서 칭찬한다. 보통은 다른 학생들과 섞어서 이름을 넣어 칭찬할 행동을 말해준다. 모든 아이들은 관찰해보면 분명 각자가 가진 장점들이 분명 하나씩은 있다. 아무리 없는 거 같은 아이들도. 사실 장점과 단점도 구분 짓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점이 다른 관점으로 조면 장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반 전체 칭찬은 대놓고 오버하며 많이 해주는 편이다. “역시 우리 반은 잘해.” “와 역시 우리 반 최고!” 그리고 개인 칭찬은 은근슬쩍 흘리듯이 자주 해준다. 물론 과장이 섞이면 아이들이 더 빨리 눈치채기 때문에 잘 관찰하다 칭찬할 행동이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냥 “00이 잘했어.”가 아닌 함께 배우는 보석들(개학 후 첫 주에는 보통 ‘경청 존중 청결 배려 등’)을 사용해 정확히 말해준다.
그러다 보면 나도 자연스레 콩깍지가 씐다. 이렇게 좋은 면이 많은 아이인데! 오히려 지금은 기대가 될 지경이다.
그렇게 개학 후 3일이 지나고 반에서 가장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다른 친구들이 경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기가 나서서 경청하자고 이야기한다.
교사의 한 마디는 씨앗 같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물과 햇빛, 양분으로 콕콕 내리 꽂힌다.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정선된 말을 한다.
오늘은 운동장에서 처음 시간을 보냈는데 모래를 뿌린 학생이 나왔다. 정확하게 안 되는 행동에 대해 말해주니, 이미 충분히 안 눈치다. 그 뒤로는 반 전체에게 “앞으로 모래 뿌리지 마.” 대신 “우리 반은 잘할 거라고 믿어.”라고 말하길 택했다. 내 입에 담는 한마디 한마디를 의식하고 생각해서 내뱉는다. 그 한마디들이 아이들을 만들어간단 걸 알기 때문.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내가 보는 대로 바뀌어간다. 아니 어쩌면 원래 있던 모습을 발견해가는 것.
어제 우리 반 이름 짓기를 하는데 보석바라는 후보가 참 맘에 들었다. 이유가 ‘선생님이 우리한테 보석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단 3일 만에 자기들이 보석인 줄을 잘 의식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콩깍지가 씌면, 가장 좋은 사람은 씐 본인이다! 상대가 그저 예쁘고 멋져 보이면 함께 하는 시간은 자연스레 행복해진다. 올해도 그렇게 예쁜 보석들과 1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