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결과가 바뀌는 것을 보며 깨달은 것들
자기소개가 어려운 요즘
내일 영어수업 준비를 하는데, 차시 내용이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내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을 영어로 표현하기’
수업 준비를 한참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참,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나에 대해 열심히 알아왔구나.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는 우리에 대해 다 모르지 않나?
요즘 나는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선뜻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예전엔 나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하면 항상 정해진 멘트들이 있었다. 밝음/ 낙천적/ 사교적/ 꼼꼼하면서도 덜렁댐/ 푼수끼 이 정도로 답을 내려 설명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과연 나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한다는 게 가능은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오히려 정해진 내 모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MBTI 검사 결과가 바뀌는 걸 보며
최근에 나 스스로 뭔가 변한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오랜만에 mbti 검사를 해봤다.
매번 한결같이 ESFP(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가 나왔었는데 처음으로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가 나왔다.
이 순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ESFP의 전반적인 설명들이 나를 말하는 것 같아 그 자체가 마치 나인 마냥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고 판정하고 은연중에 그 안에 나를 가두어두었던 것이다. 우리 뇌는 생각하는 대로 믿는다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던 건 아닐까. 어딜 가도 내 성향이나 성격에 대해 말할 때 나도 모르게 검사 결과에 나열돼있던 특징들을 말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 뇌는 또다시 ‘나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각인이 되어왔겠지.
위에서 말했던 단어들이 나와 동떨어진 말들은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엇이 나를 바뀌게 만들었을까?
예전에 MBTI 관련 연수를 들었을 때 배운 내용을 토대로 S(감각형)가 N(직관형)으로 바뀌게 된 걸 생각해봤다.
우선 N은 숲을 보는 사람(장기 목표와 새로운 것들을 좋아함), S는 나무를 보는 사람(단기 목표와 디테일에 더 강함)이다. 생각해보니, 요새 읽은 책들과 함께 모임을 한 사람들, 강연들 등을 통해 10년, 20년 뒤, 50년 뒤의 내 모습까지도 많이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 살고 싶은 삶을 많이 정리해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선순위도 잘 정해지고 장기적인 그 모습들을 위해 지금 자리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내 사고방식과 성향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깨달은 한 가지는 내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고 듣는지가 내 생각을 좌우하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느냐가 우리의 그릇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의 그릇이란, 그릇의 크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모양을 뜻한다.
우리는 주위에 끊임없이 주위에 삶이라는 여행의 동반자들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어서 각자가 가진 것들을 주고받으며 색깔이 조금씩 섞여서 또 다른 각자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이 참 즐겁다. 앞으로도 사람들과 많이 연결되고 각자가 가진 좋은 것들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우리는 매 순간 변할 수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 쟤는 원래 그래요!” “저는 원래 이래요.”라며 ‘원래’라는 단어를 쓸 때, ‘원래 그런 건 아닐 거라고’ 꼭 되짚어서 말해준다. 항상 조금씩 바뀌어왔을 거고, 앞으로도 바뀌어갈 거라며.
내가 생각한 의미대로 받아들일 진 몰라도, 내가 살면서 깨닫는 것들을 조금씩이나마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요즘 나는 내가 하는 몇 초 안의 선택들(예를 들면 규칙적으로 하는 독서와 운동)이 내 몸과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해 보지 않았던 어떤 것을 시도하는 5초 정도의 선택들이 나를 조금 더 도전적으로 만드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리고 최근까지도 내가 무조건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해 본 검사들에서는 도전성이 참 높게 나온다.)
누구나 타고난 기본적인 성향은 있겠지만 우리의 순간순간의 선택과 환경들은 수시로 우리를 변화시켜 나간다. 그러니, 우리 한 발짝 떨어져서 나 자신을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난 ~~~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지 않는 그 순간부터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