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듣고, 먹는 것이 곧 우리를 만든다면
퇴근길에 운전하며 보통은 신나는 음악을 듣고 어떤 날은 유튜브에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둔 강연을 듣는다. 얼마 전 퇴근하며 들은 세바시 강연 제목이 '담백하게 산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 적이 없는데, 이 강연을 듣고 네이버에 의미를 검색해봤다.
'담백하다'의 검색 결과 : 네이버 사전
1.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2.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
3.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
이 의미를 읽는 순간 '담백하다'는 단어가 마치 제 단어인 마냥, 훅 파고들어왔다. 요즘 내 삶과 많은 것이 연결 지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운전해서 돌아오면, 보통 바로 헬스나 필라테스, 러닝 중 그 날 하려던 운동을 한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한다. 최근 3달 동안 하고 있는 식단 프로그램이 있는데 먹는 음식들에 최대한 간을 하지 않고 있다. 고구마, 감자, 당근, 오이,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같은 식품들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또는 익히는 정도로 먹는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음식들 날 것 그대로(?)의 진짜 맛을 알게 됐다.
그리고 3개월 간 내 몸이 너무 좋아진 걸 보고는 친한 언니가 3주 전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얼마 전 언니가 하는 말이, 오리지널 파프리카 맛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쌈장 없이 파프리카를 먹어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나도 파프리카를 생으로 천천히 씹어보며 좀 충격적이었다. 평소에 먹던 찌개류들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알게 됐다.
요새는 언니랑 잠시 쉬며 간식시간에 함께 신선한 야채들, 고구마 등을 먹는다.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것을 몸에 넣어주면 몸이 활기차 진다. 생각해보면 이전에는 생각 없이 연구실에 쌓아둔 과자들, 초콜릿, 커피를 먹었는데 그때는 그때뿐, 몸이 전혀 개운해지지는 않는다. 요새 우리를 활력 있고 산뜻하게 해 주는 음식은 진짜 음식, 담백한 음식이다.
We are what we eat
우리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스트레스가 많으면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고, 마음이 평안한 상태에서는 담백한 음식이 당기기도 한다. 반대로 담백한 음식을 먹어주면 몸이 편안하고 건강해지기도 한다.
또, 이 ‘담백(淡白)하다’라는 말의 한자를 잘 들여다보면, 물이 불을 없애서 하얗게 만든다. 즉 내 마음속의 불안, 우울,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다스리는 상태이다.
그런데 내 몸에 넣어주는 것을 산뜻하고 깨끗한 것으로 바꿔주니, 내 몸의 에너지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그것이 감정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을 느꼈다.
번외. We are what we see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건, 컴퓨터 화면이다.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인 교사도 이런데, 일반 직장인들은 어떨까. 일 때문에 내 몸이 경직되는 걸 느끼면 나는 바로 창문 밖을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다행히 내가 앉아있는 전담실 창문 밖 풍경은 낮은 건물들 덕에 하늘이 잘 보인다.
평화로운 창문 밖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당장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던 것이 있다가도 높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위에서 보면 여기는 얼마나 콩알만 한 세상일까, 나는 또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일은 얼마나 작은 것일까'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가벼워진다.
우리는 하루 동안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이는 것들을 마주한다. 예를 들면, 업무 창, 쏟아지는 기사들, 영상들. 그런데 먹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단 걸 최근에 실감하고 있다. 내가 그 날 본 정보들, 사물들이 내게 내면화되는 걸 일기를 쓰다 보면 깨닫는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 중에서도 내가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
나는 사실 참 감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들과 교실에서 생활하다 보니 나의 이 감정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그것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감정, 나를 관리하는 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먹느냐와 직결됨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시로 내 환경을 의식해서 바꾸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어진 환경을 아주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보고 듣는 것을 의식해서 선택할 수는 있다. 그리고 내가 보고, 듣고, 먹는 것 하나하나가 나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주위에 좋은 사람을 두고,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으려고 의식한다.
우리는 내가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런 걸 생각해볼 겨를이 사실 별로 없다. 하지만 나의 상태는 나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하고자 하는 일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처음은 나 자신에서 시작되는 것. 사람마다 자신이 원하는 각자의 모습이 있다. 보통 그것이 현재 내 모습과 일치하지 않으면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내가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이런 생각의 운을 떼는 자체가, 나와 더 가까워지고 내가 원하는 내 삶과 좀 더 가까워지는 출발이지 않을까?
나의 경우 내가 원하는 모습 또는 에너지는 평온, 따뜻함, 사랑, 에너지, 웃음 등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담백하다'는 말과 참 어울린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며 말했듯이, 이 단어를 보고 마치 내 단어인 듯 훅 들어왔는지 모른다.
오늘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나 에너지는 무엇인지, 내가 가까이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저에게는 이런 생각이 저에 대해 알아가는 데 참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선택함으로써
삶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