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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Sep 20. 2022

퇴근 후, 나를 채우는 시간

산책과 글쓰기

새로 옮긴 학교가 가까워서 퇴근 후 15분 정도 걸어서 집으로 간다. 내내 긴장되어 있던 어깨를 쭉 펴고 걷는다. 늦오후 퇴근시간 즈음 불어오는 살랑살랑 바람이 볼에 스치는 느낌이 좋다. 길가에 핀 꽃도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하늘도 바라본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퇴근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처리한다. 틈틈이 스트레칭도 챙겨하고 햇빛도 쬐어보지만 근무시간 동안 여유로움을 찾긴 어렵다.


퇴근 후에 이렇게 걷다 보면 당장의 눈앞에 내게 닥친 업무들이 아닌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 주변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하는 이 시간, 하루 종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나와 가장 깊게 만난다. 명상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라면, 나에겐 이 시간이 명상과도 같다. 명상은 정적이고 움직임과는 관계없을 것 같았는데 사실 그 형태는 크게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명상이란 흔히 떠올리듯 가만히 앉아있지 않더라도 이렇게 사고를 멈추고 그 순간에 집중하는 상태이지 않을까.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는 순간은 내 몸이 하루 중 가장 바른 자세를 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오늘 하루의 나와 만나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오늘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자연스레 툭툭 올라온다.


퇴근 후 짧은 산책 후 밤에도 걸음수를 채우기 위해 걷거나 뛰는데 이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나를 오롯이 만나는 산책시간. 하루 중 내가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다.



그리고 운동을 다 마친 후 자기 전, 짧게라도 글을 쓰는 시간을 종종 가진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좋아하는 향초를 켜고 자리에 앉는다. 그렇게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 또한 매력적이다. 나를 둘러싼 글자들이 나의 색깔을 띠고 나를 만들어간다. 내가 글을 쓰는 줄 알지만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발견하며 사는지 글에 담아보면,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보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취향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의식하고 기억하는 이 시간은 참 소중하다.


보통은, 이 글쓰기의 끝에는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힘든 것 같은 일도 글로 쓰다 보면 뭔가 해소되듯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내 인생에서 큰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 행복하고 감사한 일은 사소했지만 기록하는 순간 더 큰 보물이 되어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기록이 된다.



하루의 끝에 수고한 몸도 마사지, 스트레칭으로 다독여주지만 마음관리도 필수다. 마음 근육을 조금씩 더 단단해지게 해주는 이런 시간들이 나의 보통의 저녁을 사랑스럽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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