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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Oct 18. 2022

그럴 수도 있지

마음에 안정을 주는 말

남편이 자주 하는 말 중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있다.


난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뭔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거나 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그럴 때 남편의 이 한마디는 널뛰고 요동치던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언어는 전염성이 있고 그래서 부부는 서로 더욱 닮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요즘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자주 쓰는 걸 발견했다. 내가 이 말을 자꾸 쓰면서 느낀 건, 이 말엔 그 순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단 거다. 삶의 모든 게 완벽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것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교실에선, 학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난다. 어제도 옆반 선생님과 연구실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진짜 학교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으니까.

맞다. 정말로 학교에선 ‘와,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순 없어..’ 하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남편의 이 말을 나도 함께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그럴 순 없는’ 일이란 없단 걸 알게 됐다. 그건 내 생각일 뿐임을 깨달았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


중요한 건 이 말을 일단 내뱉고 나면 그 말에 맞춰 그 아이의 행동이나 내가 닥친 상황을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수용하게 된단 거다. 우리의 뇌가 우리가 하는 말을 인지하고 그대로 수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내가 쓰는 말이 중요하다.


‘그럴 수도 있어. 괜찮아.’

이 말은 맹목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해버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무엇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말. 삶이 내게 주는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말이다.


내 말의 의도를 못 알아듣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아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는 아이, 화가 난다고 참지 못하고 친구 얼굴을 때려버리는 아이. 이전엔 내가 그런 모습으로 크지 않았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 많았다.

하지만 ‘그래 그럴 수도 있다.’라는 말을 남편을 통해 되뇌게 된 뒤로 예상치 못한 많은 걸 얻게 됐다.


내가 이 말을 자꾸자꾸 쓰다 보니 지금은 우리 반의 유행어가 됐다.

실수한 친구에게, 잘 못한 친구에게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소리친다.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우리 반의 좋은 점 적기를 했더니 ‘못 해도 뭐라고 안 함, 최선을 다하면 괜찮음!’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교실 속에서 우린 괜찮다는 말에 어떤 것이든 수용하고 받아들일 에너지를 나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자주 필요한 ,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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