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보며 유성이 떨어지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역시 탈락했다.
마지막 희망은 그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내 빚더미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저 이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자금으로는 두 달 정도가 한계였고, 나는 이걸 직원들에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이 머릿속에 남아 나를 괴롭혔다. Y를 회의실로 불렀다. ‘여기까지인 것 같아. 어떡할래 내가 다 짊어지고 대표 물러나서 네가 맡고 다시 시작해볼까? 아니면 우리 프로젝트 다 접고 당분간 외주라도 받아서 어떻게든 굴려볼까?’ Y는 그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형님....’ 하며 한숨만 쉴 뿐이었다. ‘일단 다 회의실로 오시라고 해줘.’
Y가 나가고 나는 등을 돌려 창 밖을 바라봤다. 지금쯤 나사가 관측하지 못한 운석 하나가 우연히 떨어져서 세계가 멸망하면 어떨까. 그러려면 지금쯤 유성이 보여야 하는데. 왜 안 보이지. 뜨거운 게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겨우 삼켜내며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필이면 너무 맑은 날씨에 유성은 커녕 구름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날은 항상 맑네.’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직원들이 모두 회의실로 들어왔다.
‘회사가 어려워졌습니다.’ 돌려말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때문에 후속 투자가 모두 불분명해졌습니다.’ 들어올때 까지만 해도 밝았던 표정들이 하나하나 어두워지고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지잉 하고 울렸다. 살짝 현기증이 났다. 사고가 멈추었고 말 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 현기증을 참으며 말을 목 밖으로 밀어내었다. 여태까지 내내 생각했던 말들이었기에 겨우 쏟아낼 수 있었다. ‘두 달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번 달이 정말 중요해요. 돈 될 수 있는 건 다 해봅시다. 저도 투자해 줄 곳들 찾아서 계속 돌아다닐테니 여러분들도 업무에 집중해 주세요. 우리가 한 달 동안 돈을 못 벌면,’ 생각해두던 마지막의 마지막의 진짜진짜 최종 계획을 말했다. ‘남은 한 달은 이직 준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2016년 5월의 이야기이다.
Y는 외주를 알아보러 다니겠다며 회사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 무슨 외주를 받았다며 와서는 뭘 같이 하자고 했는데 나는 내가 도울 일이 없으면 Y더러 그냥 알아서 하라고 했다. Y도 창업멤버라고 회사의 어려움을 부담한다며 월급을 못 가져가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작은 외주면 받아서 개인적인 생활비로라도 가져가라고 했다. 나는 투자를 진행한다는 대기업이나 재단 리스트를 뽑아 IR을 해보기로 했다. 어디서 소개받은 적 없이 그냥 GIFTY 섭외하듯 콜드콜로 전화를 돌렸다. 물론 결과는 하나같이 참패. 그 어디에도 덥석 전화해서 구걸하듯 호소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말에 귀기울여 줄 곳은 없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고 결국 우리는 이 지금난을 메꿀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당분간 출근 하셔서 이직을 준비하셔도 좋고 오늘 퇴근하신 후에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억지로 웃음기 띄며 말했다. 그래도 암울하고 어둡고 무겁지 않았다. 밝은 어조로 다들 떠들며 상황을 어떻게든 희극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게 정말 감사했다. 사업을 키우는 건 정말 힘들고 오래 걸렸지만 정리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여태 섭외되었었던 GIFTY의 스타들에게 사과의 메일과 전화를 드렸고 만들었던 창작물에 대해서는 직원들과 상의해가며 하나하나 처분했다. 먼저 이직 자리가 확정된 직원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6월이 반쯤 지나가고 자리가 반쯤 비었을 때였다.
밤이 깊고 나는 불 다 끄고 어두운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Y가 퇴근 안 하냐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무실쪽에서 들어온 Y의 모습은 빛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회의실 구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되게 뜬금 없는 거 같은데 어릴 때 만들었던 종이 수족관이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과제가 색종이 만들기였는데 내가 글쎄 박스 안쪽에 파란 색종이를 도배하듯 붙여서 물고기를 실로 메달 생각을 한 거야. 나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어.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해서 1등도 따놓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이쁜 박스를 찾아다니느라 온 동네를 뒤졌어. 색종이도 예쁜 걸로 골라서 샀고 물고기도 다양하게 만들어 보려고 여러 종이접기 책도 샀고. 그런데 제출하기 전날 밤에 만들기 시작하면서 깨달았어. 셀로판 테이프가 실과 물고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힌다는 걸. 나는 그걸 어떻게든 두겹 세겹을 붙여서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교실 뒷편에 가져다 놓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어. 나는 1등을 했고 선생님이 교실 뒷편에 전시해놓자고 했지. 근데 두 시간인가 있다보니까 물고기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더라고. 나는 그 물고기를 다시 달 방법을 찾지 못했어. 셀로판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보다가 결국 그 종이 수족관은 소각장으로 버려졌어. 처참하게 구겨져서.’
Y를 보며 말했다. ‘여기가 그 종이 수족관 같아.’
Y는 우리 둘만 남았어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했다. 함께 힘내서 다시 시작하자고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월말이 다가왔고 나는 마지막 월급들을 정산해 주었다. 막연히 사무실에 앉아있던 나는 밤이 깊었는지도 모르고 앉아있었다. 이 넓은 사무실에 다시 둘이라... 뭐 새로 시작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6월이 다 지났고 마지막날,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직원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이제 둘만 남게 될 Y와 맥주라도 한 잔 하려고 했지만 바쁜 일이 있다며 퇴근하는 직원과 함께 가버렸다.
나는 사무실에 남아 내일부터 뭘 해야할 지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의 일이다.
11시 30분 조금 넘어서
Y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부터 다른 회사로 출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