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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un 07. 2019

내가 타깃인 책

그러니까 나도 글씨를 잘 쓰고 싶단 말이에요.

우리가 처음 출간하게 된 책은 손글씨 책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손글씨를 예쁘게 쓰고 계시는 리버워드님(@river_word)의 손글씨 교본 책인데 대표님이 알려주신 계정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 마음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글씨가 예쁘다! 하는 놀라움과 나의 악필 인생에 대한 한스러움.


https://www.instagram.com/river_word/

(한 번 들어가 보고 힐링하세요.)


나의 악필 인생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일단 나는 글씨를 쓴다는 행위에 시간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매우 싫어했다. 이렇게도 비합리적인 행위가 세상에 또 있을까!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 쓰기라는 과목을 정말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뭔가 쓰기 실습 페이지가 나오면 글씨를 커다랗게 써서 대충 4-5자 쓰고 선생님에게 혼나는 방법을 택하곤 했었다.

이 교과서가 맞나?

이 거지 같은 습관은 날로 발전하였고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 사 오신 펜글씨 교본은 그저 줄 긋기 연습장 정도로 사용되었다. 그마저도 연습이 안 되어서 아직도 선이 삐뚤삐뚤하다는 건 덤이지만. 고등학교 때는 국어 선생님이 습작 노트가 있으면 가져와보라고 하셨으나 내용이 아니라 글씨가 부끄러워 드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몹쓸 악필의 역사는 성인이 되어서야 후회를 가져다주었는데, 일단 어렸을 때 썼던 일기 무더기를 발견했던 날 처음으로 글씨 쓰기를 싫어했던 걸 후회했다. 아니 내 어린 시절의 기록인데, 분명히 내가 쓴 건데 알아먹지를 못한다! 내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날려버린 느낌이었다. 나름 나중에 귀한 자료가 될 거라며 내가 잘 포장해둔 건 알겠는데 과거의 나 새끼는 미래의 내가 그 내용을 해석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은 몰랐나 보다.


captcha에 올려도 안 이상했을걸?


대학교 다닐 때는 필기했던 내용을 못 알아봐서 노트를 새로 사다가 필기한 내용을 해석해서  한두 번만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공부가 되었다. 편지 쓰는 것도 굉장히 싫어했고 다이어리 건 달력이건 시작하는 것마저 꿈도 못 꿨다. 도전은 몇 번인가 해봤는데 그냥 폐지를 제본해놓은 것 같이 되어버려서 눈물을 머금고 죄다 쓰레기통에 버려야했다.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기에는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내다놓지 못하고 쓰레기봉투 깊숙한 곳에 처박아 버리기도 하고.


이런 내가 이 책을 알린다면 뭐가 좋을까. 뭐 여러 가지 방법이야 있겠지만 우리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저자님의 손글씨도 시각적으로 분명히 매력 있었고 이런 종류의 책은 사전에 예쁜 모습으로 먼저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될 것 같았다.


책이 참 이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책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 하는 걸 몸으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지독했던 그동안의 악필 인생을 여기서 끊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책이 나오기 전 이 책이 얼마나 효과 있는지를 연습과 함께 콘텐츠로 보여주기로 했다.


악필의 산 증인인 내가 교정된다면 그거 나름대로 훌륭한 검증이자 마케팅 재료가 되지 않을까?


이 글씨가 한 달 후에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봐달라.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매일 아침 또박또박 손글씨는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고 있어요!


https://tumblbug.com/river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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