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개가 마음껏 짖는 동네

by 이승준

우리 동네에는 개가 많다.


골목을 걸어가면 어느 대문 앞을 지나는 순간 개가 짖는다. 걸음을 계속해서 가면 새로운 대문을 지나고 새로운 개가 새롭게 짖는다. 내 발걸음 뒤로 대문과 대문 사이만큼 개 짖는 소리가 뒤따라온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새벽에 골목이라도 걸어가면 아마 멀리서도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개 짖는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에 있을 때 나는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바뀐 이후 반려동물은 건물에서 금지당했다. 그 건물에서 오래 살아온 내 편의 정도는 봐주는 걸로 암묵적인 합의를 했으나 나는 혹여나 고양이가 눈치 없이 울까 봐 전전긍긍했다. 바꿔 생각해보면 나 또한 소음에 예민해했다. 옆집에서 한밤중에 음악소리라도 작게 새어 나오면 한 번은 나가서 문을 두드려 봐야 하나 하고 짜증 내며 잠이 들고는 했다.


그런 저런 새벽을 걸으면 개가 짖는다. 가끔은 온 동네 개가 합창을 할 때도 있다. 골목이라 소리가 더 울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대문을 두드려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이상 짖지 않게 내가 자리를 피해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이다.


그렇게 돌아보면 개 짖는 소리가 제법 어울린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양 옆으로 오른 담과 마당이 살짝 보일 것 같은 허술한 대문 사이로 연신 꼬리 치며 짖는 개들이 보인다. 우리 집에도 이런 개가 한 마리 있다. 담 너머로 누군가 걸어가면 냅다 달려가 짖는다. 그 소리가 마당과 참 어울린다. 사람이 지나고 사람을 보며 개가 마음껏 짖는 모습이 참 어울리고 마음에 든다.


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01. 서울에서 도망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