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어딜 봐도 산이 보인다.

by 이승준

충주는 분지이다.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도시이다. 서울도 분지고 지명 끝에 '주'가 들어간 도시는 전부 분지겠지만 충주는 조금 특별하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하다는 사실을 꽤 자라고 나서야 알았다.


사방 어디로 시선을 두어도 저 멀리 산이 보인다. 그만큼 높은 건물이 없다. 공기가 맑을 때는 산에 나무들도 선명하게 보인다. 언젠가 미세먼지가 심해서 서울에서는 마스크를 차야 한다며 뉴스에서 떠들 때, 어머니는 멀리 산이 잘 안 보이는 걸 보며 걱정했다.


어릴 때 나는, 산 같은 건 어딜 봐도 보이는 건 줄 알았다. 항상 그림을 그릴 때도 배경은 반드시 산이었다. 아주 당연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래서 처음 충주를 벗어났을 때 어딜 봐도 산이 보이지 않아 내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이 조각만 해졌을 때의 답답함이 기억난다.


조각만 한 하늘과 풍경에 익숙해지고 대신 들어오는 높은 건물의 유리창이 마음속에 무디게 자리 잡았을 때 나는 산이 보이는 풍경을 잊어버렸었다. 고개를 들어도 보이는 풍경은 비슷했다. 수직과 수평, 잘 깎아놓고 수평계로 맞춘듯한 그런 느낌의 풍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 사이로라도 보이는 하늘색 만이 간간히 평화로웠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아버지와 함께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멀리 산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눈 앞을 막는 것이 콘크리트가 아닌 녹색 풍경이라는 사실이 주는 마음의 여유는 꽤 큰 부피로 들어온다.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어떤 미디어에서 나오는 전자음도 들리지 않고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새가 우는 소리, 간간히 차가 지나며 타이어와 아스팔트 사이에서 일으키는 마찰음은 마음을 괴롭히는 그 무엇이라도 그저 지나가겠거니 하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비라도 오면 자욱한 물안개 너머로 하얀 하늘 아래 산이 보인다.

비가 고이기 전 땅에 떨어져 찰팍 거리는 소리는 반갑다.

구름이라도 얹히는 날에는 운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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