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선과 복잡한 버스노선을 보며 길을 찾아가는 건 어렸을 적 내 오랜 로망이었다.
생전 처음 터미널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어딜 타야 할지 막막하게 왔다 갔다 하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이야 그게 뭐 대수인가 싶고 가끔 고향 친구가 놀러 왔을 때 같이 지하철이라도 타면 서울 사람 다 되었다며 놀리는 걸 보고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러는 걸까 싶지만.
이 곳은 뭔가 좀 다르다. 지하철 같은 건 있지도 않고 오로지 대중교통은 버스만 존재한다. 이 버스도 재밌다. 노선과 버스 번호를 몰라도 타는 데에 지장이 없다. 충주에서도 번화가가 아닌 바깥 지역으로 갈 게 아니라면 노선도와 시간이 상관없다.
그렇다고 노선이 몇 개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탈까? 답은 간단하다. 버스 계단에 올라서서 기사님에게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가는지 물어보고 확인하면 된다. 이러면 쓸데 없는 물음에 복잡해진다. 사람들이 뒤에 줄 서 있을 텐데 안 밀릴까? 기사님이 짜증을 안 내실까?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거의 없을 텐데 몇 번이나 물어봐야 할까? 하고.
충주 시내는 그리 크지 않다. 지금에야 번화가가 몇 군데 생기긴 했지만 내가 한참 버스를 타며 돌아다닐 때만 해도 주요 목적지는 한 군데였다. 국민은행. 그저 버스에 올라서 국민은행 가냐고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사람이 많지도 않고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국민은행을 지나갔다. 좀 더 보태면 터미널이나 대충 가는 방향의 목적지를 물어보면 되는 일이다.
정확한 목적지와 내가 가야 하는 곳에서의 최단거리에 있는 정류장에 내리지 않아도 된다.
뭣하면 조금 걸어가면 된다. 그냥 그 근처까지만 갈 수 있으면 된다. 충주의 버스는 그런 존재이다. 시간의 효율성을 따지지 않아도 괜찮은, 노선도와 버스번호를 보며 가는지 안 가는지 따져가며 긴장하고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항상 남아서 언제든 앉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