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은근히 차가 많은 골목길

by 이승준

충주에는 차가 별로 없다.

퇴근시간대 강남을 생각해보면 여긴 정말 마음 편한 도로이다.

하지만 골목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차 두 대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이 있으면 반드시 그 옆에는 차가 주차되어있다. 어딜 가도 그렇다. 그렇다고 차가 막히거나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지나가는 차가 거의 없어서 차가 막히거나 사고가 날 일이 별로 없다. 비워놓는 게 오히려 더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심지어 룰도 정확하게 지킨다. 반드시 집이나 건물의 문은 막지 않고, 차 한 대는 지나갈 수 있을 것. 이 걸 벗어나는 차는 응징을 받는다. 저번에 어떤 아저씨는 자기 집 대문 앞을 반쯤 가린 차에 A4용지에 하소연을 써서 테이프로 유리창에 붙여놓고 씩씩거리며 앞에서 팔짱을 끼고 보고 있었다. 본드라도 바르시지 그러세요. 하고 말하자 아저씨는 잔뜩 화난 목소리로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냐며 씩씩거리기만 했다.


화나는 도중에도 버리지 못하는 배려의 가운데서 어찌할 줄 모르고 붙여놓은 종이가 귀엽기만 하다.


골목 아무 데나 차가 설 수 있다 보니 충주의 유료주차장은 큰 인기가 없다. 서울의 다른 유료주차장보다 대충 10분에 1 정도로 저렴하게 운영하지만 그마저도 주차하는 데에 돈까지 내야 하느냐며 이용률이 매우 낮다.


이런 길에 주차해본 경험이 별로 없던 나는 참 곤란하다. 주차장이 아닌 골목에 주차 자리 찾기가 익숙하지 않다. 어쩌다 차를 몰고 나갈 일이 생기면 주차할 자리를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골목을 한참 들어가 버린다.


그냥 그럴 때마다 뭐 어쩌겠어 내 탓이지. 하면서 터덜터덜 걸어가야 한다.

아직 적응 안 되는 여유와 효율 사이의 거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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