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가장 좋아하는 동네 카페.
충주는 카페가 많지 않다. 스타벅스가 생긴 지도 몇 해 안 되었고 다들 집에서도 웬만하면 내려먹으니 카페가 흥할 리 없다. 그래도 집 근처에 단골 카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다니기를 수일, 드디어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았다.
교동.
내가 사는 동네의 이름을 빌어와 정직하게 간판에 박은 이 카페는 외관부터 특이하다. 그냥 얼핏 보면 집 같이 생겼는데 카페란다. 밖으로 훤히 보이는 커다란 쇼윈도 대신 화려한 기와지붕 아래 나무 대문이 보인다. 카페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커피 상점이라고 작게 쓰여있는 작은 간판의 글씨를 보고 카페구나, 하는 정도이다.
나무문 안쪽엔 작은 마당 길이 보인다. 양 옆으로는 화분에 식물을 심어놓고 기른다. 기와를 타고 흐르는 빗물을 받아먹고 사나 보다. 한 걸음 들어가 보면 오른쪽 길을 따라 커다란 통유리창이 벽을 대신하고 내부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오게끔 되어있다. 나무, 온통 나무다. 나무 바닥과 나무 천장, 나무 인테리어가 빼곡한 실내 사이사이 새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원래 집을 카페로 개조한 것 같았다. 일반 카페처럼 작은 쇼케이스 냉장고 뒤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머리가 빼꼼 나와있다. 안쪽 문을 열면 종이 딸랑 울리고 주인은 움찔 놀라며 일어나 휙 돌아서서 꼭 아는 사람이라도 온 것 마냥 반갑게 인사를 한다.
주문이 재미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진하게 드려도 괜찮을까요? 하고 묻는다. 진하게 달라고 하니 시럽은 넣어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옛날 생각이 났다. 충주 어딘가 카페에서 각설탕이 있는 걸 보고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적이 있었다. 카페 직원은 화들짝 놀라더니 엄청 쓴 건데 괜찮으시겠냐고 걱정하면서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물어보지? 하고 궁금해했는데 교동에서 주문을 하다가 문득 알아버렸다. 우리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다. 그래서 동네 카페는 종종 중년 아주머니들이나 아저씨들의 모임이 되곤 한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시켜보고 너무 쓰다, 맛이 없다, 설탕 좀 많이 넣어달라 하는 불평과 주문이 많았던 것 일터다.
뜻밖에 우리 동네 사람들의 커피 취향을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연한 커피에 시럽을 넣어서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시나 보다.
구석 테이블에 앉으면 햇살이 잘 들어온다. 앉아보고 이 자리가 이제 내 자리다. 하고 생각했다. 구석에 몸을 묻고 멍하니 앉아있으니 주인이 나무쟁반 위에 언더락 잔에 담긴 아메리카노와 캐러멜향 과자 하나를 담아온다. 커피맛이 꽤 괜찮다. 아주 좋은 카페를 골랐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카페 주인은 이따금씩 마당에 나가 식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카페 밖으로 나가 몇 걸음씩 천천히 왔다 갔다 거리기도 한다. 번화가도 아니고 대로변도 아니어서 지나는 사람도 드물고 한적한 카페다 보니 주인도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좀이 쑤신 모양이다.
그마저도 여유다. 좋은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