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자연그대로 농원

by 이승준

충주에서 수안보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신기한 장소가 나온다.


나무로 만든 사자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나무 코끼리, 말부터 시작해서 멋지게 생긴 온갖 돌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 있다. 이름은 자연그대로 농원. 작은 도시인 충주, 그 안에서도 번화한 도심에서 차를 차고 30분 정도는 가야 나오는 한적한 논밭 사이에 위치한 조용한 농원이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바둑을 두셨다. 사정이 어려워 바둑으로 먹고살 길을 걷진 못하셨지만 정말 좋아하셨다. 그 바둑으로 살아오신 인생에서 온 갖가지 인연을 맺어오셨고 그렇게 맺어진 연으로 여기저기 일을 하시다가 돌에 꽂히셨다. 그 뒤로 내가 살아온 생보다 더 길게 돌의 길을 걷고 계신다. 처음에는 수석 가게를 여기저기 하셨었지만 남의 땅에서, 건물에서 장사를 하다가 쫓기듯 가게를 접어야 했던 것이 몇 차례,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본인 땅에서 농원을 하기로 결심하셨다. 그 농원이 바로 자연그대로이다.


자연그대로 농원에는 나무 화석과 희귀한 광물들, 그리고 희귀한 목공예 제품이나 수제 목공예품이 있다.


항상 두고 보면 와, 하고 감탄할 일이지만 이렇게 구석에 자리 잡고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사갈까? 하고 의문이 든다. 그래도 아버지는 항상 작품 하나하나마다 온 신경을 써서 연출하고, 광을 낸다. 그 무거운 돌과 나무들을 쉬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곳에도 옮겨보시고 하면서 정성을 들이신다.


돌에는 주인이 있다고 하셨다.


조급한 마음으로 팔리길 바라며 기도하는 장사가 아닌 주인이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라고 하셨다. 아무리 이런 구석에 처박혀 있어도 결국 주인이 나타나는 게 돌이라고 하셨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주인이 아니면 못 사고 가는 거고 아무리 돈이 없어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사람이라도 돌 주인인 거 같으면 어떻게든 가져간다고 하셨다.


집에 내려온 뒤로 나는 아버지와 함께 농원에 나와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 도와드리다 보면 참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 분명 아버지는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물건을 사간 사람들이 선물까지 들고 찾아와 팔아줘서 고맙다고 한다. 아버지는 팔기 싫다고 가로막는데도 기어이 작품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라도 더 팔 생각보다 손님의 집에 들여놓을 공간과 지갑 사정을 걱정을 먼저 하신다.


어디에도 없으니 그러는 거지.


내가 이 상황을 궁금해할 때마다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하긴 어디에도 없으니 그러는 거겠지. 자연을 그대로 담은 이 작품들은 아버지의 삶이 흘러온 흔적이 묻어있는 공간과도 같으니 어디에도 있을 리 없다. 그러니 기를 쓰고 찾아와 좋은 것 하나라도 더 발견하려고 애를 쓰는 거겠지.


이 곳은 자연과 여유가 흘러넘친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아버지와 오늘 날씨를 감상하며 커피 한 잔 마시면 마음에 여유가 쌓인다. 마음이 회복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것이 매일 느껴진다. 아버지는 그런 나에게 경쟁하며 살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모든 건 자연스럽게 흘러갈 텐데 굳이 되지 않을 노력으로 흘러가려는 걸 붙잡을 필요 없다고 하셨다.


그 머리 아픈 곳에서 잘 빠져나왔다고 매일 같이 나를 다독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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