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 곤충 구경

by 이승준

농원에는 온갖 곤충들이 찾아온다.


아무래도 근처가 논밭이고 산이니 그런 것이겠지. 그래서 날이 무덥던 지난여름에는 매미가, 날이 추워지나 싶을 때쯤 귀뚜라미가 시끄럽게 울고 온갖 풀벌레들이 뛰어다니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만큼 거미도 많고 동물들도 자주 보인다. 운이 좋으면 두더지가 헤집고 지나간 길의 푹신함을 느끼면서 밟아볼 수도 있고 참새 무리와 고라니도 볼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으면 고양이도 가끔 들어온다.


그런 농원 안에는 구경하기 좋은 곤충들도 있다.


꿀벌은 정말 귀엽다. 태풍이 몇 차례 지나간 이후로 드문드문 보이지만 정말 정직하게 책에 나오는 꿀벌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시끄럽게 날개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 농원 뒤편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공터로 나가보면 풀밭 사이를 쉼 없이 날아다니는 꿀벌들을 볼 수 있다. 뭔가 솜털 보들보들할 것 같은 생김새가 참 귀엽다. 말벌도 간혹 보이는데 벌이 저렇게까지 클 수 있구나 싶어서 감탄하고 구경한 적도 있다.


나비도 자주 들어온다. 멍하니 앉아있다 보면 소리 없이 팔랑팔랑 하며 그림자가 지는 경우가 있다. 슬쩍 보면 나비가 보인다. 한 번은 새하얀 나비 한 마리가 한동안 농원 밖으로 나가지 못해 안에서 돌아다니던 적이 있었다. 그 팔랑거리는 모습이 참 예뻐서 한참 구경하기도 했다.


요즘은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작아지고 있다. 기운차게 거미줄을 치던 거미들도 이제 움직이기가 힘든 건지 어딘가 따뜻한 곳을 찾는지 바닥에 내려와 걸어 다니는 중이다. 그 많던 곤충들이 다 땅으로 숨어 들어갔나 하고 허전함에 풀밭을 보고 있자면 정말 겨울이 오는구나 싶다.


그러다 가끔 계절을 잊고 농원에 들어온 손님이 있으면 괜히 반갑다.

어쩌면 네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오래 머물렀다 가면 좋겠다고 빤히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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