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이

by 이승준

충주에 처음 와서 가장 적응 안되었던 것이 하나 있다.

편의점과 카페가 많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 블록 지나기 전에 최소 편의점 하나 카페 하나 정도는 반드시 보이는 서울이었지만 충주는 그렇지 않다.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하철이 없고 골목 구석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서 걸어야 할 길이 조금 멀었던 날이 있었다.


걷다 보니 목이 좀 마른다. 가다가 편의점이나 카페 있으면 마실 거라도 하나 사야지 하고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30분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없는 편의점과 카페는 날 굉장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까지 걸었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다못해 작은 마트라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가던 길에서 벗어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마실 걸 찾아다닌 기억이 있다.


가끔은 불편하지만 이게 좋은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서울에 있을 때는 편의점이 너무 많아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보니 점주 입장에서도 참 각박하게 장사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카페도 그렇고, 뭔가 치열하게 차별점을 연구하지 않으면 골목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 참으로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충주는 한가하다. 편의점도 커피도 굳이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치열하지 않아도 좋다. 시원한 커피와 차 몇 종류 준비해두고 작은 센스와 친절 정도 갖추고 있어도 감사하다. 편의점은 거의 동네 슈퍼 정도로 운영하고 있으니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떨며 앉아있고 점주도 같이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장 정도로 운영한다. 다 얼굴 아는 동네 사람들이 손님이니 서두를 필요도 없고 그럴 일도 없다. 느긋함이 몸에 밴 사람들이고 거리고 가게이다.


나는 이제 편의점이 눈에 띄면 일단 물부터 한 통 산다.

가다 보면 나오겠지 하는 편리함에 근거한 막연함보다 준비해둔 여유가 더 필요한 동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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