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 세원아파트

by 이승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아파트에 살았다.


세원아파트. 복도식 아파트 12층 맨 꼭대기. 뭐 맨 위층이라고 해서 좋거나 별 다를 것 없긴 했지만 그래도 복도나 베란다에서 까마득한 바깥 풍경을 보는 일은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머리가 아찔해지는 그 기분이 좋아서 가끔은 그 작은 몸으로 난간에 바둥바둥 매달려 기어코 아파트 밑바닥을 보고야 마는 그런 어린날이 있었다.


지금은 꽤 많은 아파트가 꽤 높은 층으로 꽤 좋은 뷰를 가지고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 복도식도 아니고 엘리베이터도 많고 주거단지가 훌륭한 조경이 조성되어있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 덕분에 내가 살던 세원아파트는 이제 낡고 낮은 아파트가 되어가는 중이다.


우리 가족이 입주할 때만 해도 새로 지은 아파트였다. 충주시에서 젊은 부부는 다 여기로 몰려와 살았다고 한다. 20년이 넘게 지난 요즘에는 노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때 부부들이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다들 새로 지은 아파트로 넘어가서 상대적으로 집 값이 저렴한 이곳으로 노인들이 모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아온 아파트인 만큼 어째서인지 그 사실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한 기분이다.


아직도 내가 살던 동과 호수를 기억한다.


까먹지 않기 위해 여러 번 우리 집 주소를 입에 담아 말하며 돌아다녔었다. 그래서인지 사실 고향을 물어오면 충주라고는 답하지만 더 자세한 고향은 이곳 세원아파트인 기분이 든다. 지나다니면서 가끔 눈에 들어오면 저렇게 커다란 아파트인데 옛날 고향 친구 만난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은 멈춰 서서 고개 들고 눈으로 층 수와 호수를 세어가며 내가 살던 집과 복도를 슬쩍 찾아보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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