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발길이 끊어져가는 거리

by 이승준

연수동은 한 때 번화가라고 부를만한 곳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러 저녁에 나간다고 하면 이 동네였으니까. 뭐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어릴 때는 다른 곳이 번화가였다. 성서동의 현대타운이 거의 랜드마크였고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였다. 그러다 어느샌가 그 일대에 모조리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겼고 번화가 타이틀은 연수동에 빼앗겼었다.


젊은 사람들이 안 그래도 부족한 이 좁은 동네에서, 그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거리는 나이 들어간다. 찾는 사람도, 가게도, 거리의 분위기도 나이 들어간다. 성서동은 순식간에 황폐해졌고 어울리지 않게 설치된 무대에서는 가끔 공연을 해도 관객이 없다. 가족 나들이의 대명사격이었던 현대타운은 집 근처 편의점보다 손님이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연수동은 번화가인가? 하고 물으면 애매하다.


이제 연수동도 번화가 타이틀을 빼앗겼다. 거리가 조금 떨어진 신연수동이 생겼고 이제 젊은 사람들과 젊은 가게, 젊은 분위기가 그쪽으로 물밀듯이 옮겨져 갔다. 가볍게 한 잔 하러 가자며 옛날 생각으로 친구들을 데리고 간 연수동 뒷골목은 살짝 충격이었다. 온 거리에 술 파는 노래방이 즐비했고 가게마다 화장이 진한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한 잔 하고 가라며 지나가는 손님들을 붙잡고 있었다.


이런 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뭔가 어색했다. 여기도 나이 들어가는구나, 하고 아쉬운 생각에 다시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른 동네로 간다고 했다. 여기 이제 아저씨들이나 오는 동네라며 친구들끼리 한 잔 하고 싶으면 신연수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번화한 동네가 바뀌는 속도도, 바뀌는 정도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는 또 다른 동네가 뜨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새로 생기는 가게들은 전부 그 동네로 몰려간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빠른 게 좋은 것만은 아닐 텐데 하는 어느 날, 그 동네를 지나갈 일이 생겼다.


잠시 돌아본 옛날 추억이 묻은 동네 거리의 한산함에는 뭔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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