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이 자리에 뭐가 있었더라.

by 이승준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임대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잘 보면 권리금도 없고 월세도 몇 달은 받지 않겠다는 문구도 보인다. 월세도 서울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저렴하다. 내가 살던 작은 원룸 보증금과 월세 정도면 길가 카페 건물 정도는 세를 댈 수 있을 정도이다.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적고 물가가 낮은 이유겠지 하고 생각해보지만, 반대로 그런 이유 때문에 걸렸을 임대문의 현수막은 뭔가 더 생각이 많아지게 만든다.


시내로 나갈 일이 있어 가끔 돌아보면 옛날에 보이던 가게들이 그대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 저기 아직도 있네, 하고 가다가 문득 언제부터 있었지? 하고 생각해보면 20년도 더 된 가게들이라는 사실에 흠짓 놀란다. 사실 20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오래된 건가? 하고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현생을 처음 사는 나에게는 충분히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런 가게들이 소리 없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


새로운 가게들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많이 보았지만 그 반대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이 그 자리를 지키던 가게도 하나 둘 없어지곤 한다. 그냥 그 자리에 그 풍경으로 익숙했던 간판이 어느샌가 임대문의 현수막으로 자리 잡고는 하는 것이다.


인사도 없이 가버렸네, 하고 아쉬운 마음에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된다.


더 아쉬운 사실은 가끔,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여긴 뭐가 있었을까. 어떤 가게가,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더 이상 장사를 안 하게 된 걸까. 이 작은 동네에서, 이 작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평화롭고 여유로울 것만 같은 이 작은 동네에서도 나름 치열하게 버틸 이야기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까지 미치면 마음 한편에서 씁쓸한 맛이 돈다.


어쩌다 보니 이제는 임대문의가 더 익숙한 곳도 있다.

무엇이 들어올까 하는 기대보다도 무엇 하나 자리 잡아 저런 현수막보다 간판으로, 더 익숙한 풍경으로 오래 남아주길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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