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의 맛집을 소개해달라 하면 딱히 말할 게 없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맛있게 먹어본 집 밖 음식을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서광분식을 말한다.
서광분식.
초등학교 3학년, 충주 변두리의 시골학교로 전학 가기 전까지 줄기차게 떡튀김을 사 먹었던 작은 분식집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대충 21년 전에 단골이었던 곳이다.
이곳에서의 주 무기는 떡튀김이었다. 아이스크림이 100원씩 하던 그때 300원 정도 내면 아주머니는 1회용 비닐 주머니에 길고 얇은 떡을 튀겨다가 달콤맵콤한 소스에 버무려 양손 가득 담아주셨다. 그 튀김의 식감과 소스가 맛있어서 돈만 생기면 쫓아가 떡튀김을 사 먹었다.
이게 맛있었냐라고 물어본다면 아주 환장할 정도였다. 항상 아이들로 바글바글했고 어떤 어머니는 아예 돈을 예치해놓고 아이가 와서 음식을 먹으면 음식값을 제할 정도로 엄청나게 사 먹었다고 한다. 이 근방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아이들에게 물어본다면 분식집의 이름을 기억 못 해도 떡튀김만은 알아들었다.
서광분식을 찾게 된 건 성인이 되어서였다. 주말에 집에 있다가 그 떡튀김이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동생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너무 오래전인데 그 집이 아직도 남아있을까? 상호명은 기억하지 못했다. 좁은 도로에 간판 아래로 천막이 길게 쳐져있어서 간판이 보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일단 가서 코를 박고 먹기에 바빴으니까.
동생도 궁금하다며 열심히 지도 어플로 찾아본 결과 서광분식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긴가민가한데 일단 가보자며 다른 친구 하나를 더 데리고 찾아가 본 순간 아주 놀랐다. 그 어릴 때 보던 비주얼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시대에 맞게 조금씩 변하긴 했다. 더 이상 떡튀김의 떡은 가늘지 않았고 튀김의 식감이 좀 줄었다. 양철 냄비는 자기 재질로 바뀌었고 무엇보다도 사람 없이 한산했다.
재미있는 건 다 큰 어른 셋이서 쪼그리고 앉아 떡튀김을 먹고 있는데 어릴 때 친구 한 명도 마침 지나가다가 만났다는 것. 이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며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10년 전의 일이다.
얼마 전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 가다가 오랜만에 한 번 들러볼까 하고 슬쩍 가보았다. 거리가 훨씬 휑해졌고 노인들 몇이 길가에 앉아 이야길 나눌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이런데 아직도 영업을 할까, 하며 도착한 서광분식은 10년 전과, 20년 전과 다름없는 그 비주얼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아주머니도 그 옛날과 다름없는 환한 얼굴로 나와 나를 맞이하신다. 나는 떡튀김 하나 정도 먹고 갈까 하고 생각해보았으나 주머니에 잔돈이 있던가? 하고 문득 생각해보았다. 어렸을 때 300원어치를 먹을까 아니면 오늘 무리해서 500원어치를 먹어볼까 하고 고민하던 나는 없고 그저 생길지도 모르는 거추장스러운 동전이 먼저 생각나는 내가 있었다.
떡튀김의 맛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 그때의 맛은 안 나는 것 같아 조금은 시무룩해진다. 길쭉한 떡을 비닐 안에서 꺼내어 높이 들고 밑부터 뜯어먹는 게 맛이었는데 이제 조각난 떡을 종이컵에 담아주니 그런 맛이 없다. 그럼에도 이 가게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위안이 되었다. 사실 그 하나만으로 나에게 큰 의미였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나무 작대기에 꽂은 돈가스를 주실 때는 케첩으로 유쾌하게 성호를 그리고 크게 웃으시면서 '어떠어떠한 그대에게!' 하고 건네신다. 주실 때마다 대사가 다른데 가령 '이 좋은 날 멋진 그대에게!'라든가 '웃는 얼굴이 참 예쁜 그대에게!' 하면서 주신다. 이 대사를 듣기 위해서라도 이 집 돈가스는 사 먹어봐야 한다.
어릴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엔 어린아이들이 안 보인다 하고 물으니 이젠 못 온다 하신다. 근처 초등학교는 인원이 10퍼센트 아래로 줄어들었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전부 노인밖에 없단다. 이 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그래도 이렇게 찾아주시는 옛날 손님 덕분에 아직 장사할 수 있는 거라고 하신다.
여기 20년 넘게 내 단골이라고, 어릴 때 맛을 못 잊어서 다시 찾아왔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내 이름을 물어보신 뒤, 몇 번인가 내 이름을 입에 담으시면서 다음에 꼭 기억하겠다고 했다.
잊지 않고 찾아주어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