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놀이터들 바닥이 우레탄으로 어느새 다 바뀌고 있다.
그네도 쇠사슬 대신 뭔가 길쭉한 막대 같은 형태로 다 바뀌고 있다. 안전과 위생 때문인가 싶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가 마냥 안심스러운 것은 아니다. 아마도 내가 아이 키우는 입장이 아니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겠지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래밭에서 모래를 쌓고 되지도 않는 식판이나 그릇에 담아 가족놀이라도 했던 기억이나, 그넷줄을 열심히 출렁이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다소 위험한 놀이를 했던 기억이나, 구덩이를 파서 함정을 만들어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하루 종일 모래밭을 파다가 지쳐 흙투성이로 집에 돌아간 기억이나, 땅바닥에 뭔가 크고 작은 사각형을 그려가며 폴짝폴짝 뛰어놀던 기억 따위가 우레탄 밑에 파묻힌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레탄은 푹신푹신하고 그네는 더 이상 출렁거리지 않는다. 온몸에 묻어 흙투성이가 될지도 모르는 모래 대신 검은 먼지와 묻음이 여기저기 있다. 옛날과 다른 놀이터의 모습에 아쉬운 생각으로 그네에 앉아보기도 하지만 딱히 잘 나아가지 않는다. 내 키에 맞지 않는 그네가 불편하기도 했고 플라스틱으로 딱딱하게 바뀐 그네 바닥이 적응 안 되기도 한 일일 것이다.
또 하나 바뀐 점이 있다면 놀이터에 놀이를 하러 오는 아이들은 더 이상 없다는 것 정도일까.
아이들이 시끄럽게 서로 소리 지르며 먼지 날리고 놀던 놀이터에는 이제 길을 가다가 잠시 쉬고 싶은 노인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나 같이 오래된 모래밭의 기억과 바뀐 우레탄 바닥 사이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네에 앉아보는 애매한 어른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