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오르막 챌린지

by 이승준

어릴 때 학교 가는 길엔 계단 하나가 있었다.


이 계단을 올라가서 나오는 언덕의 긴 비탈을 내려가야 학교가 나왔다. 그만큼 이 계단은 경사가 심했다. 같은 높이를 짧은 거리로 올라가야 했으니까. 그렇다고 높이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경사에 더불어 폭이 짧은 계단들이어서 어린아이들이 오르기에는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등교시간이 되면 같은 학교를 가는 아이들이 저마다 이 계단에 붙어 안간힘을 쓰며 열심히 올라가는 일이 연출되고는 했다.


어떤 아이는 두 손 두 발을 다 써서 기어올라가기도 했고 조금 근력이 있다 싶은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두발로 척척 올라가며 난간이나 다른 계단을 손으로 붙잡지 않는 것을 당당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 계단 가운데에는 시멘트를 펴 발라서 계단을 없애고 만든 길이 하나 나있다.


나중에야 그 길이 휠체어 같은 바퀴 달린 것들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마련한 편의라는 걸 알았지만, 자신 있게 장담하건대 만든 이래로 단 한 번도 휠체어가 그 길을 오르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시한 사람이 나와서 보지도 않고 만든 게 분명했다.


덕분에 그 길은 제 용도를 잃어버리고 이상한 쓰임새를 갖게 된다. 바로 동네 꼬마들의 도전의 장이 되어버린 것.


일단 가장 쉬운 도전은 계단으로 가지 않고 저 길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다. 올라가는 것은 대부분 해냈다. 엎드려서 기어올라가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서서 올라가는 건데, 이건 해내는 아이가 별로 없어서 항상 하교시간 이후면 대여섯 명 정도가 여기 붙어 챌린지를 벌였다. 한 명이라도 손을 놓고 오르내리면 그놈은 그 날의 주인공이었다.


그다음에는 자전거인데, 이건 정말 어렵다. 끌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다. 자전거를 꼭 쥐고 브레이크에서 손을 떼지 않고 정말 천천히 조심조심 가야 한다. 저 길로 한 번이라도 진입하게 되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자전거에 온 신경을 쏟아야 넘어가지 않는다.


저 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아이가 있다면 동네에 소문이 퍼졌다. 다른 곳에서 놀고 있다가도 그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접근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구경하기 위해 계단 밑으로 뛰어갔다. 그러다 그냥 자전거를 끌고 가버리면 오늘은 안 하나보다 하고 다달 김이 새서 가버렸다.


가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자전거를 타고 그 계단을 바람같이 달려내려오기라도 하면 모두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속도로 어디론가 달려가버리면 그 뒷모습만 멍하니 쳐다보면서 아이들은 감탄사를 뱉어냈다.


나중에 이 도전에 성공한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이것도 급이 생겼다. 브레이크를 안 잡고 오히려 페달이라도 밟으면 그냥 그 계단의 슈퍼스타가 되는 거다. 당시 아이들에겐 어딘가 이름이라도 새길 수 있는 명판이 있었다면 계단에 이름이라도 붙여 명예의 전당이라도 세우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다.


나중엔 계단으로 자전거 타고 내려가기 따위의 아류 챌린지도 생기더라.

우린 그런 거 안 쳐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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