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교다.
어느 특정 종교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웬만하면 대부분의 것에 있어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성격이 종교관에도 영향을 주었나 보다. 뭔가를 믿고 싶거나 믿어야 한다거나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당최 가져본 적 없다.
그런 내가 교회를 다녀본 적은 있다.
어릴 때 가장 친했던 친구는 기독교 집안이었다. 주말에 그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놀다 보면 어머니께서 손에 꼭 500원씩 쥐어주셨다. 이걸로 교회 가라며. 나는 그때 교회를 처음 가보았다. 그런데 왜 500원을 가져가야 하는 걸까? 하고 궁금했지만 일단 손에 쥔 돈은 기분이 좋았기에 별생각 없이 친구를 따라갔다.
충주 제일 감리교회는 충주에서 아마 제일 큰 교회일 거다. 암만 돌아다녀봐도 충주 시내에서 이곳만큼 큰 교회는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마냥 들어갔던 이 교회의 예배당은 계단식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기도하고 노래하고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준다며 뭔가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뭣도 모르고 아멘 했다.
누군가가 벨벳 천으로 쌓인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녔다. 내 옆으로 왔을 때 친구는 그제야 500원을 꺼내 통에 넣으며 나보고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혹시 500원을 넣고 300원 정도만 거슬러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떡튀김이 사 먹고 싶었으니까. 친구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아마 안 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헌금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나중 일이다.
이후에도 일요일이 되면 500원짜리 하나를 들고 교회를 갔다. 신앙심이 생겨서 종교활동을 해보고 싶다던가 하는 마음은 아니었고 그냥 가면 재밌었던 것 같다. 노래도 하고 뭐 다 같이 기도도 하고 하는 게 꽤 재밌었나 보다. 나는 그때 이 교회가 커다란 자판기 같다고 생각했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일요일 오전을 만들어주는.
이사 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 이 교회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굳건히 남아있다. 앞을 지나다 보면 괜히 고개를 들어서 꼭 건물 위까지 훑어보다가 지나간다. 아주 조금이라도 내 인생에서 신앙심 같은 게 있었다면 아마도 저 교회에 다 남아 있을 거야, 아마도 돈으로 따지면...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헌금받으시는 분에게 거스름돈을 300원을 혹시 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던 게 생각이 나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