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헌금 500원

by 이승준

나는 무교다.


어느 특정 종교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웬만하면 대부분의 것에 있어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성격이 종교관에도 영향을 주었나 보다. 뭔가를 믿고 싶거나 믿어야 한다거나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당최 가져본 적 없다.


그런 내가 교회를 다녀본 적은 있다.


어릴 때 가장 친했던 친구는 기독교 집안이었다. 주말에 그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놀다 보면 어머니께서 손에 꼭 500원씩 쥐어주셨다. 이걸로 교회 가라며. 나는 그때 교회를 처음 가보았다. 그런데 왜 500원을 가져가야 하는 걸까? 하고 궁금했지만 일단 손에 쥔 돈은 기분이 좋았기에 별생각 없이 친구를 따라갔다.


충주 제일 감리교회는 충주에서 아마 제일 큰 교회일 거다. 암만 돌아다녀봐도 충주 시내에서 이곳만큼 큰 교회는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마냥 들어갔던 이 교회의 예배당은 계단식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기도하고 노래하고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준다며 뭔가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뭣도 모르고 아멘 했다.


누군가가 벨벳 천으로 쌓인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녔다. 내 옆으로 왔을 때 친구는 그제야 500원을 꺼내 통에 넣으며 나보고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혹시 500원을 넣고 300원 정도만 거슬러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떡튀김이 사 먹고 싶었으니까. 친구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아마 안 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헌금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나중 일이다.


이후에도 일요일이 되면 500원짜리 하나를 들고 교회를 갔다. 신앙심이 생겨서 종교활동을 해보고 싶다던가 하는 마음은 아니었고 그냥 가면 재밌었던 것 같다. 노래도 하고 뭐 다 같이 기도도 하고 하는 게 꽤 재밌었나 보다. 나는 그때 이 교회가 커다란 자판기 같다고 생각했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일요일 오전을 만들어주는.


이사 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 이 교회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굳건히 남아있다. 앞을 지나다 보면 괜히 고개를 들어서 꼭 건물 위까지 훑어보다가 지나간다. 아주 조금이라도 내 인생에서 신앙심 같은 게 있었다면 아마도 저 교회에 다 남아 있을 거야, 아마도 돈으로 따지면...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헌금받으시는 분에게 거스름돈을 300원을 혹시 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던 게 생각이 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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