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토프랜드와 요거트 스무디

by 이승준

토프랜드는 엄마의 단골 카페이다.


엄마가 장을 보러 갈 때나 마트에 갈 때면 나는 짐꾼을 자처하는데 언젠가 시내를 다녀오던 길에 엄마가 맛있는 걸 사준다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뭔가 숨겨둔 비장의 보물을 소개해주는 것처럼 아주 맛있다며 들떠서 앞서 걷는 엄마를 보니 맛이 있긴 있나 보다 하고 뒤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토프랜드라는 카페였다. 집에서 큰길로 나와 건너가면 있는 야트막한 상가 라인 중에 한 군데 박혀있는 작은 카페이다. 여기도 카페가 있네 싶은데 엄마가 들어가면서 주인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아는 사람이 하는 카페라고.


간단하게 근황을 주고받으시면서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를 만들어주신다고 한다. 엄마는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를 처음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아들내미 좀 먹여보려고 데려왔다며 깔깔깔 웃으신다. 카페 사장님이 같이 깔깔깔 웃으신다. 아주 정신이 없다.


열심히 수다를 떨면서도 스무디를 만드신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같이 하하호호 웃어본다. 엄마와 사장님의 정신없는 근황 티키타카가 도중, 가득 넘치는 인심으로 빨대도 꽂기 어려울 정도로 담아낸 스무디를 양손에 두 잔 들어 올리신다. 요거트를 뭐 직접 만들었다는 말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뭐 여러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한 입 먹자마자 응? 하고는 호로록호로록 집중해서 흡입했다. 엄마는 거 보라며 맛있지 않냐며 매우 뿌듯해하셨고 나는 대답할 생각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면서 계속 집중했다. 예전에 엄마는 무슨 발효기기라며 사왔던 적이 있었다. 청국장이라도 만드시려나 했는데 엄마는 아니라며 이걸로 요거트를 만들어주시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한 주에 한 번 정도 작은 컵에 요거트를 만들어주셨다. 한 숟가락 떠먹어보고 그 시큼함에 실망하던차에 엄마는 다양한 잼을 가져오셔서 섞어주셨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매번 더해달라고 졸랐던 어릴때가 있었다. 그때 먹었던 달달하면서 고소한 요거트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갑작스레 옛날 그리운 맛이 엄마가 단골이라며 데려간 카페에서 훅 하고 들어왔다.


맛있어서 다 마실 때 까지 빨대에서 입을 떼지 않고 졸졸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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