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달달 하구리

by 이승준

마카롱을 처음 먹어보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당시 내 기준에 한 끼 식비에 가까웠던 그 마카롱 하나는 굉장한 사치였다. 매번 신세 지던 병원 근처 카페의 쇼케이스 냉장고 너머 있던 그 예쁜 마카롱은, 닿고 싶지만 과분한 사치 같아 어쩔 줄 모르는 내 행복을 정확히 대변하는 무언가였다.


마음 굳게 먹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마카롱을 주문했었다. 그날이 내가 정한 행복의 방법 중 하나가 달콤하고, 작고, 비싼 디저트를 먹는 것이 되었던 날이었다. 마카롱에서 시작한 나는 조금씩 여러 디저트를 먹어보았고, 그중에서 다쿠아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가 되었다.


마카롱보다 훨씬 폭신폭신한 식감이 좋다. 좀 더 큰 크기에 달달함이 오래가는 것이 좋다.


서울엔 다쿠아즈를 파는 카페가 군데군데 있었다. 마카롱보다는 덜 흔하다 보니 우울할 때 행복하고 싶은 마음에 찾으러 가는 길이 생겨서 마음에 들었다. 역시 행복이란 건 멀고 찾기 어려워서 가지러 가려면 긴 길을 떠나야 하는 법이지, 하면서 다쿠아즈를 파는 가게로 길을 나서곤 했다.


충주에 내려올 때는 다쿠아즈 같은 건 포기했었다.


설마 그 작은 동네에 다쿠아즈 전문점 같은 게 있을까 싶어 과감히 어쩔 수 없이 포기한 하나의 행복이었다. 그런 내가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믿기 어려운 가게를 발견했다.


달달 하구리.


집에서 5분이면 걸어갈 자리에 있는 가게이다. 이 가게 앞에는 작은 안내문구가 붙어있는데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 글자는 하나, 다쿠아즈였다.


다쿠아즈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쓰여있었다. 세상에 다쿠아즈라니. 나는 너무 놀랐지만 아직 오후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았다는 현판을 보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소를 보고 온 개구리처럼 엄마를 붙잡고 내가 다쿠아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집 근처에 다쿠아즈 가게가 있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엄마는 그게 뭐야 하시면서 맛있냐고 물으셨고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최고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낮에 농원에 나가서 시간이 안 맞으니까 주말은 되어야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말이 기대된다고 한껏 들떠있었다.


주말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엄마는 다음날 인절미맛 다쿠아즈 두 개를 사 오셨다.


나는 집에 있는 다쿠아즈를 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비닐을 뜯고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우물우물한 다쿠아즈는 맛있었다.


순간 나는 내가 파블로프의 개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이걸 먹어서 행복한 걸까, 행복해지려고 이걸 먹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 커다란 다쿠아즈가 순식간에 손 안에서 사라져 있었다. 맛도 그렇고 사라지는 속도도 그렇고, 정말 행복 같다니까.


아무튼, 예전처럼 행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먼 여정을 떠나야 만날 수 있는 존재는 아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맛있는 다쿠아즈 전문점이 눈 보이는 곳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고양이가 그려진 접시라거나 향은 좋지만 맛은 그럭저럭인 홍차 같은 것도 없는 아주 작은 가게이지만 내가 정해놓은 행복 진열해서 파는 소중한 가게이다.


아잇 또 먹으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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