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순대가 유명하진 않지만,

by 이승준

무학시장 안쪽에는 순대골목이 있다.


패기 있게 충주 제1의 명소, 순대 골목이라는 현수막을 큼지막하게 걸어놓은 곳이다. 이제는 만두도 유명해져서 순대 만두 골목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아직 만두는 못 먹어 보아서 맛이 궁금하다. 일단 순대 이야기 먼저.


충주라는 지역이 순대로 유명한가? 하면 잘 모르겠다. 충주는 사과가 특산물이고 사실 순대 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병천 정도니까. 그럼에도 여기 순대는 맛있다. 정말 옛날 느낌 나는 그 시장 안에서의 순대 골목이다. 적당히 돼지 냄새나고 적당히 불편한 자리에 앉으면 맛있는 순댓국이 나온다.


순대를 좋아한다고 처음 생각했던 적은 십몇 년 전이다. 물론 분식집에서 파는 찹쌀 순대 같은 순한 맛의 순대였다. 그러다 순대골목의 순대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첫 대학교를 들어갔던 스무 살 때 집에 잠깐 내려왔을 때였다.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안 먹어 보던 집 밖의 밥도 많이 먹고 하니 입맛이 많이 바뀌어서, 엄마는 이것저것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셨고, 나는 그중에 생각 없이 순대를 말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데리고 순대골목을 가셨다.


저음 맛본 전통순대의 맛은 끔찍했다.


내가 아는 그 당면의 매끈함이 없고 얼기설기 꽂혀있는 당면 사이에 온갖 이름 모를 식감의 야채와 무언가 들이 보였다. 처음 입에 넣고 씹었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과 맛없음이 기억난다. 이게 무슨 순대야 하고 말았다. 이후 나는 순대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순대골목을 찾았던 건 군 제대 이후였다.


친구와 근처를 지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순대 한 번 먹어야지 하면서 나를 데리고 이 골목으로 왔다. 나는 예전에 여기 와서 순대 먹어본 적 있다며 그때 기억이 별로였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했다. 그래서 순대가 아닌 순대국밥을 시켰다. 불안 반으로 한 입 먹어보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먹어본 순대는 꽤 괜찮았다.


엄청 맛있어서 또 찾아먹고 싶다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꽤 괜찮은 편이었다. 예전엔 뭐가 그리 역하고 맛이 없었지? 하고 생각해 보다가도 짭짤하고 구수한 국물의 맛과 조금은 꿉꿉한 냄새 같은 것들이 담백하게 들어오는 걸 보니 나이가 들어서인가 싶었다.


이후 가본 건 훨씬 오랜 시간 이후이다.

이번엔 내가 소주 한 병에 순대 생각이 간절해서 친구 하나 불러 데리고 갔다.


지금은 뭐 순대 라면 돼지피 넣고 만든 전통순대도 없어서 못 먹는 나이 든 입맛이다. 다시 찾은 순대골목의 순대국밥에는 어릴 땐 안 보였던 세세한 맛있음이 보였다. 다른 지역의 순대국밥과는 다르게 충주의 순대 국밥에는 시래기가 가득 들어있다. 전체적으로 깊게 배여 들어오는 구수한 국물 맛과 씹는 맛이 좋은 순대가 아주 일품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 살아온 동네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 새로 보이는 풍경과 맛이 있나 보다.


44.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48. 장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