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문주리에는 와요지라는 문화재가 있다.
와요지는 자기나 기와, 그릇을 만들어 굽던 가마터를 말한다.
뭐 국보라든가 어떤 거창한 보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려 지방기념물에 등재된 어엿한 문화재이다. 사실 충주를 대표하는 문화재는 이런 작은 와요지 말고도 굵직한 것들이 꽤 있다. 국보 6호인 탑평리 칠층 석탑이라거나 신립 장군이 마지막으로 싸웠던 자리이며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 전해지는 명승 42호 탄금대가 그러하다. 둘 다 역사적인 의미가 대단하고 가진 풍경이 아름답다.
하지만 내가 굳이 이 와요지를 먼저 소개하는 건 발견된 이야기가 너무 귀여워서이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커다란 역사적인 이야기보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더 좋은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와요지는 85년에 발견되었는데 발견되기 전까지 이곳은 밭으로 덮여있었다고 한다. 농사 잘 짓고 살던 그런 밭이었는데 어느 날 농부와 같이 밭을 갈던 소가 자꾸 땅에 빠졌다고 한다. 소가 자꾸 빠지니까 놀라게 되고, 이걸 이상하게 여긴 농부가 결국 이 상황을 신고했는데 조사해보니 이 와요지가 나왔다는 것이다.
사실 별게 아닐 수도 있는데,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어느 날과 다를 것 없었을 새벽, 농부는 아침 든든히 먹고 소를 끌고 밭에 나갔을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밭을 갈아놓아야 올 한 해 농사가 잘 될 거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지며 소와 함께 힘차게 밭으로 나섰을 것이다. 소도 나름의 공감 능력으로 그런 농부의 마음을 읽었겠지. 그 큰 눈망울에 각오 가득 담아서 힘차게 걸음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긴 속눈썹 달린 눈꺼풀에 힘이라도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밭을 갈려니 이게 좀 이상하다. 다리가 자꾸 땅 밑으로 빠진다. 애초에 굳은 각오는 온데간데없고 자꾸만 빠지는 다리가 이상하다. 음머 하고 놀란 울음소리를 냈을 것이다. 그 큰 눈이 놀람으로 가득 차서 허우적대며 밭을 빠져나오려고 바둥바둥거렸을 것이다. 농부도 덩달아 놀라서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인가, 밭을 갈 생각도 못하고 쟁기도 내팽개치고 아이고 어쩐 일이냐면서 허둥허둥 소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그렇게 발견된 게 밭 밑에 숨어있던 문화재라니,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이 얼마나 귀여운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