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맞아 온 가족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로 했다.
말 그대로 예방주사라서 진료를 잘 보는 병원을 따질 필요가 없다. 좀 더 저렴하게 접종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충주시에 있는 공공병원, 충주의료원이다.
아주 어릴 때 몇 번 가보았고, 사실 그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위치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차로 가는 길이 내가 아는 방향과 다르다. 집 근처에서 조금 더 산 쪽으로 돌아 나가더니 산 하나를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이상하다 이런 산 위에 병원이 있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랗게.
무슨 병원이 휴양지같이 있지? 하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왔다. 산 위를 깎아 부지를 마련한 자리에는 충주의료원이라고 커다랗게 쓰여있고 여느 대형 병원과 다를 것 없는 건물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점이라면 산이 높다 보니 안 그래도 공기 맑은 동네에서 더 맑은 공기가 느껴지는 게, 이건 뭐 진료받으러 오다가 치료가 되겠다 싶었다.
뒤로는 산이 멋들어지게 보이고 앞으로는 충주 전경이 발아래로 훤히 펼쳐져 보인다. 공기만 좋은 게 아니다. 그저 서서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 치유가 될 것 같다. 이래저래 대단한 병원이다.
충주 의료원은 몇 해 전 이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지가 너무 좋아서 병원 진료 손님들만 오는 게 아니라 그냥 밤 되면 야경 즐기고 커피 한 잔 하러 오거나 아침에 등산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병원 앞에는 매점과 분식집, 카페 등이 입점한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산을 깎은 가장 바깥쪽에 건물이 있어서 경치가 굉장했다.
예방접종은 금방 끝났다.
맞으러 가면서도, 맞으면서도, 맞고 나서도 이런 갑작스러운 분위기가 얼떨떨했다.
나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에 예방주사 맞으러 온 것뿐인데 이런 경치라니, 너무 호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