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팔봉콩밭과 신토불이 집두부

by 이승준

충주가 당뇨 바이오 힐링푸드 시티라고 한다.


이걸 나는 팔봉콩밭이라는 식당에서 팸플릿을 보고 처음 알았다. 내 고향에 이런 길고 미래적인 것 같으면서 이상한 수식어가 붙어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단어를 넣은 보고서가 용케도 통과되었구나 했다.


아무튼 충주에 그만큼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가 많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좋은 거겠지.


팔봉콩밭의 음식이 그런 기분이었다. 농가 맛집이라고 간판에 당당히 박혀있는 이곳은 콩을 주제로 하는 다양하고 건강한 음식을 팔고 있다. 수주팔봉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은 처음 들어가면서 입구에 펼쳐져있는 농작물들이 이미 맛을 보증하는 것 같은 식당이었다.


소량 포장되어있는 작물들은 모두 근방에서 수확한 것들이었고, 같이 간 엄마는 홀린 듯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하셨다. 잠깐의 쇼핑이 끝나고 자리에 앉아 밥을 시켜야 하는데 뭘 시켜야 할지 난감했다. 모든 메뉴가 온 김에 시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메뉴였다.


청국장이 맛있다고는 얼핏 들었다. 그런데 콩떡갈비를 안 시키면 후회할 것 같았다. 들기름에 구운 집 두부도 그랬다. 모든 메뉴가 그런 기분이었다. 고민하던 끝에 다 조금씩 먹고 남겨도 괜찮으니까 골고루 먹어보고 후회하지 말기로 했다. 그렇게 푸짐한 한 상을 차려놓고 먹었다.


우리 집 식구들이 하는 남의 집 두부 평가는 냉정한 편이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두부를 직접 만들어 요리하는 식당을 했었다. 이름도 거창한 신토불이 집두부. 충주에서도 시골구석, 능암 어딘가에 자리 잡았던 이 식당은 우리 집이었지만 정말 맛이 기가 막혔다. 매일 밤마다 한 대야 가득 불려놓은 국산콩을 새벽에 일어나신 아버지가 손으로 직접 만드는 두부였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다. 그냥 갓 만든 순두부 한 그릇 떠먹어도 몸 깊은 곳에서 올라오던 진한 향은 잊을 수가 없다. 일부러 이 두부 때문에 먼 지녁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간수와 콩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 단단한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두부에 대한 입맛이 올라가버렸다. 식당을 그만둔 이후 한동안 마트 두부는 맛이 없어서 먹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우리 식구가 오랜만에 남의 집 두부요리들을 먹어보는 자리였다. 조미료 맛 안 나고 담백하고 심심하고 간 안 배어있는 게 좋았다. 기름진데 자극적이지 않게 들기름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 이 정도면 당뇨가 아니라 뭔 병이든 고쳐지겠는데 싶었다. 옛날 두부식당 할때가 생각난다며 다 같이 웃었다.


맛있는 두부는 우리 가족에게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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