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언덕 위에 지어지는 집들

by 이승준

요즘 들어 언덕 위에 예쁜 집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뭔가 예쁜 우리말 이름, 혹은 외국 느낌 물씬 나는 길 이름을 지어 언덕을 깎아 부지를 만들고 예쁜 주택을 지어 분양하고 있는 것이다. 충주가 엄청나게 시골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골과 시의 경계 선에서 적당히 문명과 자연을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어서 이런 집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막상 언덕 위에 집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뒤로는 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충주 시내가 탁 트여 시원하게 보일 테니까. 부지도 넓어 마당 꾸미는 일도 즐거울 거고 각자 다른 모양으로 훌륭하게 지은 2,3층 집은 저마다 각기 다른 예쁨으로 작은 마을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가끔은 욕심 때문에 언덕 아래쪽 집에 층을 너무 높여 위쪽 집의 전망을 가리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산에서는 벌레가 내려올 테고 차가 없다면 집까지 가는 길이 매우 험난하겠다 싶었다. 마당은 예쁜 걸 감상하는 시간보다 가꾸는 데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이 훨씬 더 클 거다. 수지 안 맞는 장사다.


뭐 내 생각은 그렇지만 이런 집이 인기 있다고 하니 그렇구나 생각한다. 얼마 전 또 부지를 만들기 위해 언덕을 깎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엔 강까지 보이는, 뷰가 아주 좋은 부지라며 홍보한다.


그래도 산 위에 드문드문 박히는 아기자기한 집과 불빛이 나름 예쁘다.

사는 사람의 사정은 모르지만 나름 동네에 주변머리에 별사탕처럼 장식 올라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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