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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 골목길 벽에 걸린 화분

by 이승준

요즘 도시재생사업인가 뭔가 해서 집 앞 골목길 담벼락이 심상치 않다.


페인트를 바르고 뭔가 벽화를 그린다며 그림을 조금씩 그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화분을 집집마다 걸어놓고 국화를 심어놓았는데 이게 참 뭔가 묘하다. 이쁘긴 한데 누가 관리할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나와버렸다. 기획한 사람이 그다지 나이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어릴 때는 나도 이런 가벼운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골목 담벼락에 꽃 화분이 집집마다 걸려있는 골목길. 나름 로맨틱하고 예쁘고 꽃향기 가득하고 하겠지. 뭔가 어떻게 관리할 거냐 하는 물음이 있다면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낙관적이면서 추상적인 계획을 줄줄이 늘어놓는 정도의 짧은 생각. 그러고 나서 막상 해놓고 나면 이것저것 충돌하는 와중에 겉만 그럴싸하게 예뻐지는 결과물.


머리가 크고 나이가 쌓이니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꽃이 피고 이쁘긴 한데 누가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쩌지. 물은 누가 주고 꽃 시들거나 죽고 나면 이 화분은 다 어떡하지. 막상 몇 달 지나고 나면 벽에 걸린 재떨이나 쓰레기통 정도로 전락해버리는 거 아닌가 하면서 걱정만 자꾸 못난 마음으로 삐죽하게 튀어나온다. 꽃이 이쁘다는 생각보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먼저 나온 걸 보고 뭔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애꿎은 꽃만 손으로 만지작거려본다.

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 매달려 있을까,

나는 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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