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클라이밍은 내 오랜 로망이었다.
이제 시간도 많이 남으니 로망을 하나 둘 실천해보자는 생각에 충주의 클라이밍 센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그런 게 충주에 있겠어?라고 했지만 나의 의지를 불태운 결과 두세 곳의 센터가 운영중임을 찾아내었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내가 석 달째 타고 있는 벽, 충주의 클라이밍 동호회 락 클라이밍이다.
시작은 그렇다.
제대로 된 클라이밍 센터가 없는 충주에서 시민들에게 클라이밍의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이다. 그러다 보니 상업 시설이 아니어서 일반 센터와 차이점이 크다.
일단 24시간 개방되어 있어서 동호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시설보다 회비가 매우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그만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선배들이 하는 거 보고 물어보거나 아니면 고독하게 독학으로 연습해야 한다.
홍보가 거의 안 되다시피 해서 찾는데 어려움이 컸다는 것도 단점이다.
좀 더 홍보가 활발한 상업시설이 훨씬 검색에도 잘 걸리고 보이는 이미지들이 더욱 많다. 그래서 클라이밍 한다고 하면 충주에 다른 시설 이름은 다 나와도 우리 동호회 이름은 끝내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정이라 결국 신입이 활발히 들어오기 어렵고, 더욱이 내 또래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선배님들은 꽤 나이가 있다.
맨 처음 등록할 때 선배 한 분이 그러셨다. 어찌 되었든 산 타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밖에 없다고. 뭔가 답답하거나 그렇다 하더라도 한 번 말 붙여보고 친근하게 다가가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산 타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감은 좋다. 나도 그 어감 좋은, 그래서인지 사람도 좋다는 그 사람들 사이에 한 명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몇 달째 나는 이 벽을 타는 중이다. 아직 선배님들의 나이만큼 포인트 안 맞는 대화가 어색해서 꼭 어느 회사 부장님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혼자 대리 정도 된 것 같은 기분이지만 꿋꿋하게 내 벽 잘 타가며 열심히 말 붙여보는 중이다.
아직 산 타러 가려면 멀었지만, 나도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