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동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었다.
덕분에 집에서 나오면 어디를 향해도 경사가 꽤 심했는데 이 때문에 아직도 내 얼굴엔 흉터 하나가 남아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그러니까 대충... 20년 전? 아무튼 그때 자전거를 타고 뭔가 사러 나갈 일이 생겼었다. 마침내 자전거는 도둑맞아 잃어버렸고, 동생의 바구니 달린 작은 자전거 한 대가 있어서 급히 끌고 나갔다. 생각 없이 언덕을 브레이크도 안 잡고 내달리는데 뭔가 덜컹거려 이상하다 싶어 앞바퀴를 유심히 살펴보기 위해 상체를 기울였다.
순간 바구나의 나사가 풀렸고 그대로 앞바퀴에 걸렸다. 자전거는 내려가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뒷바퀴부터 들려서 그대로 공중에 거꾸로 떴다.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나는 얼굴부터 아스팔트에 닿았고 그대로 쓸려 내려가버렸다.
기절했다가 바닥에서 깨어난 후 얼굴이 너무 아파 부모님이 일 나가신 집에 돌아갔고 문을 열어준 동생은 그대로 문 앞에서 굳어버렸다. 나는 상황판단이 안 되었고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얼굴이 너무 아파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얼굴에서 땀 같은 게 주르륵 흘러서 뭔가 하고 닦아보니 피였다.
그제야 나는 거울을 봤고 얼굴 반쪽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영화 특수효과 같은 몰골을 보게 되었다.
그때 생긴 상처가 아직도 얼굴에 남아있다.
매해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동전 하나 크기에서 몇 년째 줄어들지 않는 중이다. 그 이후로 이 오르막길을 지날 때면 내가 얼굴로 착지했던 이 자리를 꼭 와본다.
꼭 흉터가 쓰린 기분이 든다. 그때의 고통에 몸서리를 치며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안전하게 살자고 살짝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