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우리 집에서 직선거리로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문까지 담벼락이 둘러싸인 관계로 빙 돌아가야 했고, 후문은 또 학교 건물과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거의 1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나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며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후보군은 몇 군데 있었는데 가장 손쉽고 빠른 길은 아무래도 담을 넘는 것이었다. 두 개의 담을 넘어야 하는데 하나는 급식소 주위에 쳐져있는 철망 펜스였고 또 하나는 벽돌담이었다. 이 두 가지만 넘으면 종소리를 들으며 대문을 나서도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이 길을 발견한 이후로 담을 넘는 훈련을 했다.
어딜 밟고 어떻게 뛰어야 걸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는지 연구했고, 학교를 다닐수록 기술이 발전해서 3학년쯤 되었을 땐 정말 뛰는 것과 별 다를 것 없는 속도로 담을 넘었다. 나중엔 이 길을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전해주었고, 가끔 이 담에서 버둥버둥대며 넘어가려는 아이들을 보기도 했다.
나중에는 이 담을 넘어도 지각할 정도로 게을러져서 결국 교실 창문도 넘어 다녔다.
오랜만에 찾은 담의 모습이다. 넘어볼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지금은 장미 덩굴이 펜스 위를 휘감고 있어서 넘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봤지만 어디 하나 손으로 잡을 곳이 없다.
이것 참, 불량한 등교생을 막고 있는 방법이 뭔가 낭만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