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동기들의 성지, 맛나분식

by 이승준

맛나분식은 우리 학교의 성지 같은 곳이다.


학교 정문에 있는 이 분식집은 급식이 맛없으면 항상 자리가 미어터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가격에 비해 맛과 양도 좋아서 주말 자습하러 학교에 나왔을 때도 나가서 사 먹고는 했다.


언젠가 닭꼬치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우리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


하나에 천 원 하는 닭꼬치는 굉장히 다채로운 맛을 자랑했다. 닭꼬치의 모양에 맞게 기다란 그릇에 종류별로 양념장이 묻어있고, 쉴 새 없이 튀겨대는 닭꼬치를 각각의 그릇에 담아 양념을 붓으로 칠해주시는데, 얼마나 인기가 좋으면 한 손에 다섯 개씩 들고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모습이 참 보기 흔했다.


체육 시간이면 그냥 정문을 슬쩍 나와 닭꼬치 하나 사 먹는 게 일이었다. 하교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야간 자습 시간에는 아예 칠판에 각 맛을 써놓고 한 명이 주문을 받아 몰래 다녀오기도 했다. 닭꼬치를 30개씩 손에 들고 몰래 학교로 돌아오다 걸리던 친구도 있었다. 다들 그 친구의 안위보다 닭꼬치의 행방이 더 급했고 그 친구의 사명감도 투철해서 닭꼬치는 무사히 우리 손으로 돌아왔지만.


그런 인기다 보니, 이 근방의 분식집은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전부 다 없어졌는데 유독 이 맛나분식만은 건재하다. 건재하다 못해 십수 년 전과 다를 것이 없이 그대로였다. 그냥 지나가기가 뭐해서 닭꼬치 하나 되는지 여쭈어보았다. 능숙하게 기름을 달구는 모습을 보며 옛날 생각이 훅 치고 올라온다. 긴 양념 그릇을 꺼내오시는 게 뭔가 아련하다. 대신 닭꼬치는 양리 좀 줄어들었다. 몇 입 거리 안 되겠는데, 그릇 길이에 안 맞겠는데, 하며 속으로 꿍얼꿍얼 거린다.


그런데 놀라웠던 사실은 아직도 닭꼬치가 천 원이었다는 것.

얼만지 몰라 그냥 만 원짜리 하나 드렸더니 구천 원을 거슬러주신다.


아이고 세상에. 안 작다 안 작아. 이 정도면 감사합니다 하고 먹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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